울렁대는 청춘 가슴, 겨울 울릉도
대한민국 동해에는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섬이 있다. 그곳은 울릉도.

울릉도는 동해에서 가장 큰 섬이다. 그래봐야 제주도 면적(1849.2㎢)에 비하면 조촐한 크기(72.56㎢)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체와 신비로운 태고의 자연이 숨 쉬고 있다. 화산섬 특유의 거칠고 웅장함도 자랑한다. 바다 기슭이 대부분 절벽으로 멀리서 보면 망망대해의 바다가 힘차게 뿜어 올린 검은 파도 같고, 가까이서 보면 하늘이 내려준 구름 같다. 그러다 섬에 닿는 순간 깨닫는다. 이곳은 섬이 아니라 산이라고.

아름다운 섬이지만 울릉도 땅을 밟아보려면 큰 결심이 필요하다. 오로지 배로만 갈 수 있고 그마저도 거센 파도 탓에 못 가는 날도 있다. ‘하늘이 허락해야 갈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시간은 여유 있게 잡아야 하고, 마음은 더 여유 있게 먹어야만 한다. 막상 섬에 도착하면 걱정과 불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가는 곳마다 툭툭 튀어나오는 기암, 그 사이를 비집고 쉴 새 없이 몸을 부딪치는 파도, 높은 언덕에 올라 마주하는 바다의 절경, 구불구불 이어진 그림 같은 도로는 그저 예고편에 불과하다. 섬에는 중생대 원시림과, 산봉우리 사이사이 작은 마을들과, 몸에 좋은 산나물과, 펄떡이는 해산물 먹거리로 가득 차 있다.

대를 이어 산나물을 캐고, 오징어를 잡던 울릉도민의 후대들은 육지로 떠났다가 섬으로 돌아와 하나둘 울릉도의 얼굴을 바꾸고 있다. 수십 년째 동해를 배경으로 거대한 자연정원을 만든 예술가, 할머니 집 앞에서 울릉도의 깨끗한 물로 맥주를 빚는 손자, 울릉도의 돌과 나무에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 넣는 카페지기까지…. 육지에서 만날 수 없었던 섬 사람들만의 먹거리를 파는 인심 좋은 식당들은 물론 2030이 열광하는 카페와 양조장, 캠퍼와 다이버를 위한 공간이 부쩍 늘었다.

세계적으로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으며 울릉도의 랜드마크가 된 코스모스리조트도 자리잡았다. 하늘을 향해 피어난 꽃 같은 이 건축물은 낯선 곳에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고자 한 기업이 만든 도전의 결과물이다.

울릉도의 성수기는 4월부터 10월까지지만 도민들은 ‘겨울 울릉도’가 진짜라고 한다. 설국으로 변한 풍경과 한층 더 맛이 짙어진 울릉도 먹거리를 만나려면 겨울이 가장 좋다는 이유다. 폭설이 예고된 지난 설 연휴 울릉도행 배에 몸을 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를 울릉도 여행은 칠흑 같은 밤바다를 가르며 그렇게 시작됐다.

울릉도=김보라/이선아/사진 임대철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