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TV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영화 '나 홀로 집에'(1991)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프랑스로 떠나려던 가족은 여행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말썽꾸러기 막내 케빈만은 평화롭다.
그날도 피자를 두고 형과 싸운다.
집은 엉망이 되고 엄마는 반성하라며 케빈을 3층 다락방으로 올려보낸다.
온갖 소동 끝에 가까스로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엄마. 하지만 무언가 두고 온 듯 찜찜하다.
곰곰 생각하던 그는 갑자기 좌석을 박차며 외친다.
"케빈!"
아무리 급해도 엄마가 자식을 두고 비행기에 탈 수 있을까?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한다.
최근 번역돼 출간된 '도둑맞은 뇌'(인물과사상사)를 보면, 케빈의 엄마는 기억의 오류 가운데 '정신없음'에 해당하는 특징을 보인다.
'정신없음'은 주의력과 기억 사이의 연결이 끊어지는 것을 말한다.
통상 마음을 산란하게 하는 걱정에 정신이 팔려 기억해야 할 일에 주의를 집중하지 못해서 발생한다.
비근한 예는 많다.
첼리스트 요요마는 1999년 10월의 어느 날 250만 달러에 달하는 악기를 택시 트렁크에 두고 내렸다.
이보다 훨씬 끔찍한 일도 발생한다.
뜨겁게 달궈진 자동차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부모가 망각해서 빚어지는 사고다.
2018년 미국 안전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 이후 매년 자동차 안에서 사망하는 아이는 40명에 달하고, 그중 54%는 망각에 의한 것이었다.
사실 기억은 오류투성이다.
책을 쓴 대니얼 샥터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억의 오류를 7가지로 분류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한 정보가 사라지는 '소멸', 갑자기 사람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막힘', 일어난 적도 없는 사건을 일어났다고 믿는 '오귀인'(誤歸因), 누군가에 의해 잘못된 정보가 뇌에 각인된 '피암시성'(被暗示性), 가짜 뉴스나 편견 등에 따른 편향, 밤에 누워 낮에 한 실수를 떠올리는 '지속성'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다 그러하듯 기억의 오류에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장점이 더 크다고 저자는 말한다.
망각은 우리 머릿속에서 무의미한 정보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트라우마나 부정적 경험을 지우기도 하는데, 부정적 경험은 긍정적 경험보다 더 빨리 지워진다.
기억의 오류 중 '편향'(정서적 퇴색 편향) 덕택이다.
'막힘'은 기억억제 능력과 관련이 있는데 이는 심리적 행복에 기여해 우울증 극복에 도움을 준다.
딴생각은 과거의 경험에 근거해 미래에 일어나는 일을 시뮬레이션하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기억의 7가지 오류는 인간 정신에 바람직"한 진화의 산물로, 주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준다고 말한다.
"(기억의 오류는) 기억이 어떻게 과거에 의존해 현재에 정보를 주거나 현재의 경험 요소들을 보존해 미래에 참고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우리 마음대로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기억의 오류는 장점이기도 하며, 우리의 정신과 세계를 연결해주면서 시간을 가로지르는 다리 같은 것이다.
1919년 3월 19일 저녁 일본 오사카 덴노지 공원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려던 조선인들이 일본 경찰에 연행됐다. 그 모임의 주도자가 소설가 염상섭(1897~1963)이었다.게이오기주쿠대 유학생이던 그는 이 사건으로 감옥살이를 한 뒤 한국에 돌아와 1921년 단편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발표했다. 3·1운동 직후 젊은 지식인의 좌절과 절망을 해부된 개구리 등에 빗대 표현한 소설이다. 한국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로 평가받는다. 낭만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자연주의는 자연과 현실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려 했다.그의 소설은 이렇게 당대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장편소설 <삼대>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1930년대 서울의 식민지 중산층인 조씨 집안의 몰락을 그린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각 세대의 서로 다른 가치관과 갈등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만세전>은 일본 유학생의 귀국 여정을 통해 조선인의 정체성과 운명을 탐구한다. <취우>는 6·25전쟁 때 점령지에서의 일상을 밀도 있게 그린다.주당이었다. 술에 취해 똑바로 걷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횡보(橫步)란 호가 붙었다. 그는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다가 1963년 3월 14일 서울 성북구 셋방에서 65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올해는 그의 타계 60주기다.임근호 기자
‘책마을’은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읽을 만한 신간을 골라 매주 토요일자 지면에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주에는 9권을 책을 골랐습니다. 이 책들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모아봤습니다. 링크를 누르면 자세한 서평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링크는 한경닷컴에서만 작동합니다.<중국식 현대화와 시진핑 리더십>중국은 정부보다 공산당이 중요한 나라입니다. 당의 수장인 총서기가 정부 수장인 국가주석보다 힘이 셉니다. 시진핑이 총서기를 세 번째 맡게 된 것이 지난해 가을 제20차 당대회에서 결정됐습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 국내 중국 전문가들이 함께 쓴 이 책은 바로 이 20차 당대회를 들여다봅니다.서평 읽기 <700명 마을이 하나의 호텔로>일본에 고스게촌(小菅村)이란 산골 마을이 있습니다. 도쿄에서 직선거리로 75㎞ 정도 떨어진 곳으로 대중교통으로는 3시간 넘게 걸리는 격오지입니다. 그런 고스게촌이 요즘 ‘지방 재생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다룹니다. 서평 읽기<세컨드 브레인> 아이작 뉴턴, 레오나르도 다빈치, 파블로 피카소 등은 기록을 습관화했습니다. 맨땅에서부터 시작한 것은 없었습니다. 평소에 영감이 될 만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발전시킨 것이죠. 이 책은 이렇게 위대한 지식인과 예술가들의 공통점을 살펴봅니다. 서평 읽기<작지만 큰 한국사, 인삼>인삼이라는 렌즈로 한국사를 들여다본 책입니다. 조선에서 난 인삼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등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저자는 사학자인 이철성 건양대 교수입니다. 충남 논산에 있는 건
행동경제학은 이제 식상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를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소비자의 마음>은 그 적용에 관한 책이다. 행동경제학 컨설팅 업체를 세워 운영 중인 저자는 이 책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행동경제학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행동경제학의 핵심은 우리 인간이 365일 24시간 합리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그 틈새를 노려 판매를 늘릴 수 있다.그중 하나가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프레이밍 효과다. 똑같은 상품이라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는 효과다. ‘무지방 90% 소고기’와 ‘지방 10% 소고기’가 있을 때 사람들이 전자를 고르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저자가 2017년 새로운 동네로 이사 갔을 때, 한 네일숍을 추천받았다. 가게 앞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2009년, 2010년, 2011년 사우스사운드 매거진에서 선정한 최고의 네일숍”. 저자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어? 이후 6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내리막을 걸었을까?’ 2011년을 마지막으로 선정 작업이 중단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똑같은 말이라도 다르게 표현하면 더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구체적인 연도를 나열하지 않고 ‘사우스사운드 매거진에서 3년 연속 최고로 선정한 네일숍’이라고 하는 식이다. ‘저희 고객의 87%는 계약을 갱신합니다’라는 홍보 문구는 이대로 좋다. 그런데 ‘저희 고객의 78%는 계약을 갱신합니다’라는 문구는 표현을 고칠 필요가 있다. 이럴 때 10명 중 8명이라고 하면 좋다. 더 좋은 건 5명 4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저자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