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있는 롯데호텔의 딸기 뷔페인 ‘머스트 비 스트로베리’. /한경DB
서울 중구에 있는 롯데호텔의 딸기 뷔페인 ‘머스트 비 스트로베리’. /한경DB
직장인 윤모 씨(31)는 다음달 주말 친구들과 서울 시내 5성급 호텔의 딸기 디저트 뷔페를 찾으려 했지만 불발됐다. 다음달 예약을 미리 받는 날에 알람까지 맞춰 예약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버튼을 채 누르지도 못했다. 예약 시간이 되자마자 순식간에 예약 마감 알림이 떴다. 윤 씨는 “다음 예약을 받을 때 다시 도전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특급호텔 ‘딸기 뷔페’가 20~30대 젊은층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성인 1인당 가격이 7만~10만원에 달하지만 ‘작은 사치 로 만족감을 얻으려는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적어도 한 달 전에는 예약해야 맛볼 수 있을 정도다.

딸기 뷔페에선 딸기를 재료로 사용한 케이크와 타르트, 마카롱 등 고급 디저트와 스테이크, 파스타 등 식사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주요 특급호텔은 연말부터 연초까지 딸기철이 되면 한시적으로 딸기 뷔페를 운영한다.

서울 반얀트리클럽&스파가 그라넘다이닝라운지에서 주말에 운영하는 딸기 디저트 뷔페는 이달 초에 다음달 예약까지 다 찼다. 가격이 성인 기준 8만원대로 지난해보다 18.8% 올랐지만 ‘예약 대란’이다. 서울 중구 롯데호텔의 딸기 뷔페인 ‘머스트 비 스트로베리’도 비슷한 상황. 딸기 뷔페를 지난해 12월부터 매주 주말마다 운영하고 있는데 성인 기준 가격이 9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41.3%나 올랐지만 다음달 말까지 모두 예약이 끝났다.
1인당 10만원인데 '예약 대란'…2030에 폭발적 인기
사이렇게 되자 딸기 뷔페 이용권이 중고 거래 커뮤니티에서 웃돈을 얹어 거래되기도 한다. 다음달 롯데호텔 딸기 뷔페 주말 이용권이 정가보다도 비싸게 올라왔다.

딸기 뷔페 주고객층은 색다른 맛과 분위기를 즐기려는 20~30대 젊은이들이다. MZ(밀레니얼+Z) 세대를 중심으로 ‘인증샷 명소’로 떠오른 영향이 크다. 붉은 딸기를 활용한 화려한 장식과 플렉스(과시형 소비) 성향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싼 딸기를 고급 디저트로 즐기고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인생샷’도 찍으려는 젊은층이 많이 몰리는 분위기다. 유명 유튜버들이 앞다퉈 딸기 뷔페 ‘먹방’을 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영향도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방문 후 실망감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딸기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특급호텔들은 딸기 뷔페 가격을 인상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딸기 도매가격(2㎏)은 1년 전(3만9290원)보다 25.8% 내린 2만8820원이었다. 소매가격은 100g당 평균 1747원으로, 1년 전 가격보다 26.5% 싸다.
1인당 10만원인데 '예약 대란'…2030에 폭발적 인기
메뉴 구성이 매년 대동소이하다는 점도 비판 포인트다. 호텔들이 가격을 올리는 데만 집중하고,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는 데 게으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선 치열한 예약 경쟁에 비해 취소하는 이들이 늘면서 실제로는 빈 자리가 계속 나온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난달 말 딸기 뷔페를 찾은 홍모 씨(28)는 “힘들게 예약해 딸기 뷔페를 다녀왔지만 대폭 오른 가격에 비해 메뉴 수준이 예년보다 못해 실망스러웠다”며 “앞으로 굳이 딸기 뷔페를 찾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