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담배 시장을 장악한 KT&G가 해외 시장에서 기반을 다지기 위해 글로벌 1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과 맺은 파트너십을 2038년까지 연장한다. 앞서 KT&G는 2020년 1월 전자담배 ‘릴’의 해외 진출을 위해 3년간 필립모리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는데 이를 15년 더 늘리기로 했다.

3년간 160억 개비 구매 보증

KT&G, 해외공략 위해 '적과 동침'…필립모리스와 '릴 동맹' 15년 연장
KT&G와 필립모리스는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한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체결식에는 백복인 KT&G 사장과 야체크 올차크 필립모리스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다.

새로운 계약에 따라 KT&G는 2038년 1월 29일까지 릴을 필립모리스에 공급하고 필립모리스는 이를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 판매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국내에 출시된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 솔리드’ ‘릴 하이브리드’ ‘릴 에이블’ 등이 그 대상이다.

2020년 1월 체결한 최초 계약과 가장 큰 차이는 전자담배 전용 스틱에 대한 ‘최소 구매수량’ 기준이 생겼다는 점이다. 필립모리스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최소 160억 개비의 판매를 보증하기로 했다.

현 공급량을 훨씬 웃도는 물량이다. 최소 공급 물량이 보장된 만큼 KT&G의 사업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온다.

이번 신규 계약에는 필립모리스가 KT&G 제품을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한국에서 수출하는 것보다 해외 현지에서 필립모리스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드는 게 더 효율적인 경우 필립모리스 공장에서 KT&G 제품을 생산하되 이에 대한 로열티를 KT&G에 지불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해외 영업이익 4.6배 늘어

‘아이코스’를 판매하는 필립모리스와 KT&G는 한국에선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다. 하지만 전 세계 시장에서 KT&G의 인지도는 필립모리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KT&G 입장에선 세계 1위 필립모리스의 글로벌 유통망과 상업화 역량을 활용해 보다 효율적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 해외 진출 시 풀어야 할 현지 인허가 관련 사항도 필립모리스를 통해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임왕섭 KT&G NGP(차세대 제품)사업본부장은 “KT&G의 2022년 전자담배 해외 매출은 전년에 비해 2배, 영업이익은 4.6배 증가했다”며 “디바이스가 먼저 판매된 후 스틱의 판매량이 따라 올라오는 구조인 만큼 향후 이 추세는 굉장히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G는 15년간 해외 궐련형 전자담배 사업에서 연평균 매출이 20.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필립모리스는 KT&G와의 협업 강화를 통해 중·저소득 국가까지 포함해 전자담배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KT&G 전자담배 판매 성과에 따라 유통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매력 포인트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