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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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기 화성 한 아파트 단지 상가 안에 있는 작은 주류 매장 앞에서 진풍경이 펼쳐졌다. ‘오픈런’(매장 열기 전부터 대기하다가 뛰어가는 것) 대기줄이 생겼는데, 오픈런에 성공하기 위해 이틀 전부터 가게 주변을 떠나지 않고 쭉 기다린 이도 있었다. 이날 이 매장에서 파는 고급 위스키 '맥켈란 셰리오크 30년' 한 병을 사기 위해서였다.

이 매장 직원은 "맥켈란 30년산 판매가 개시되기 전 이틀 동안 줄을 선 고객이 13일 가게 문을 열자마자 사갔다"고 전했다.

같은 제품을 판매한 경기 부천 매장과 대구 수성구 가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하룻밤 넘게 꼬박 매장 앞을 지킨 고객들이 맥켈란 30년산을 '득템'했다.
690만원짜리 위스키 사려고 꼬박 이틀 노숙…맥켈란 '대란'
이들 중에는 텐트·이불 등 캠핑도구까지 갖추고 장기전에 대비한 사람도 있었다. 이 사람들이 기꺼이 이런 고생을 감수한 것은 최근 인기가 높아진 고급 위스키가 국내 주류 매장 몇 곳에서 딱 한 병씩만 한정 수량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신세계L&B의 주류유통 매장 와인앤모어는 13~14일 각 지역 매장에서 인기 위스키 맥켈란 셰리오크 25년과 30년을 판다. 특히 30년산은 경기 화성과 부천, 대구, 단 세 곳에서만 판매를 해 구매 경쟁이 치열했다. 25년산과 30년산은 각각 359만원과 689만원의 고가에도 전 매장에서 대부분 개장하자마자 팔려나갔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인기 한정판 위스키 제품이 판매될 때마다 몇 시간 전부터 대기줄이 등장했지만 이번처럼 출시 1~2일 전부터 줄을 선 건 이례적이다.

서울 와인앤모어 광화문점에서 오픈런에 성공한 고객은 "위스키 값이 점점 올라 '지금이 제일 싸다' 싶다. 맥켈란 30년산을 사고 싶어 다른 매장도 알아봤으나 이미 전날부터 대기 경쟁이 너무 치열해 이 매장을 택했다"고 말했다.
서울 한 와인앤모어 매장 앞에 위스키 구매 대기를 위한 안내문이 마련돼 있다. /이현주 기자
서울 한 와인앤모어 매장 앞에 위스키 구매 대기를 위한 안내문이 마련돼 있다. /이현주 기자
서울 한 와인앤모어 매장 앞에 위스키 구매 대기를 위한 안내문이 걸려 있다. /이현주 기자
서울 한 와인앤모어 매장 앞에 위스키 구매 대기를 위한 안내문이 걸려 있다. /이현주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홈술' 열풍이 불면서 맥켈란 등 일부 인기 위스키는 "진열대에 올려놓자마자 팔려나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급이 부족한 실정. 유명 위스키를 구하기 위해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오픈런도 예삿일이 됐다. 최근 이마트에서 발베니, 히비키, 야마자키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위스키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 매장에서 개장 전부터 대기 줄이 수백명씩 생겼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리셀(재판매) 시세가 빠르게 치솟아 제품을 구입하기만 하면 많게는 2~3배 비싼 가격에 되팔 수도 있다. 이날 와인앤모어 매장에서 판매한 맥켈란 셰리오크 30년은 리셀 시장에선 10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오픈런에 성공하면 리셀 거래로도 300만원 이상 버는 셈이다.

와인앤모어 관계자는 "워낙 위스키 열풍이라 희귀 제품이 매장당 한 병만 입고하다 보니 대기 시스템에 공을 들였다"며 "대기 중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으로도 분쟁이나 다툼이 발생할 수 있어 신경을 썼다. 매장이 문을 열기 한 시간 전부터 대기표를 배부하는 등 미리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안혜원 /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