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 매장 전경. /REUTERS 제공
프라다 매장 전경. /REUTERS 제공
해외 명품 브랜드의 가격이 새해에도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몇몇 명품업체들은 이미 값을 올리거나 인상할 채비를 하고 있다. 보복소비 열기가 식고 경기 둔화가 이어지며서 명품 시장도 주춤하다는 분석이 있지만 아랑곳 않는 분위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가격 인상에 나섰다. 의류, 가방, 신발 등 제품 가격을 5∼10% 올렸다. 에르메스의 가방 가든파티36는 7.8%(498만원→537만원), 에블린은 8.8%(453만원→493만원) 상승했다. 린디26는 7.5%(1023만원→1100만원) 인상됐다. 에르메스는 매년 1월 가격을 올려 왔다. 앞서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미 새해 제품 가격을 약 5~10% 올릴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에르메스 매장 앞에 대기 번호를 받기 위해 줄을 선 모습. /한경DB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에르메스 매장 앞에 대기 번호를 받기 위해 줄을 선 모습. /한경DB
지난해 네 차례나 값을 올렸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도 일부 제품 가격을 5~10% 인상했다. 인기 백팩인 리나일론 백팩은 10%(240만원→265만원) 인상됐고 ‘바이커 백’으로 불리는 리나일론 및 사피아노 가죽 숄더 백도 9.4%(265만원→290만원) 올랐다.

명품 주얼리도 마찬가지다. 크리스챤 디올은 12일부터 파인 주얼리 가격을 평균 10% 이상 올렸다. 로즈드방, 브아드로즈 등 고가 라인 귀걸이·반지·팔찌 등의 가격이 인상됐다. 명품 시계 3대장으로 불리는 ‘롤오까(롤렉스·오메가·까르띠에)’도 마찬가지다. 롤렉스는 지난 2일 인기 모델인 서브마리너 등 주요 제품 가격을 2∼6% 올렸다. 서브마리너 데이트(콤비)는 6.5%(1881만원→2003만원) 올랐다. 오메가 역시 다음달 인기 모델을 중심으로 값을 7%가량 인상한다.

상반기 인상을 예고한 명품 브랜드도 많다. 업계에선 루이비통, 샤넬 등 브랜드가 새해 잇달아 가격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한다. 명품업계는 가격 인상 배경으로 원자재비, 물류비 등 생산비용과 환율 부담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명품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는 이유를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역설에서 찾는다. ‘명품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심리를 조장해 수요를 부추기기 위한 전략이란 비판이다.
서울의 한 샤넬 매장 앞에서 대기하는 소비자들. /한경DB
서울의 한 샤넬 매장 앞에서 대기하는 소비자들. /한경DB
명품업계는 지난해 보복 소비에 힘입어 호실적을 냈다. 에르메스는 지난해 상반기(1∼6월) 글로벌 매출 54억7500만달러와 영업이익 23억400만달러를 올렸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29.3%, 33.8%씩 늘어난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19조4488억 원으로 전년보다 8.1% 성장했다.

올해도 명품 선호현상은 지속할 것으로 내다본다.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와 이탈리아 명품 협회 알타감마는 올해 명품시장은 최소 3~8%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시장규모는 21.7% 급증한 3530억유로로 추산했다. 명품업체 관계자는 “명품 값이 많이 오르고 부담이 커지면서 명품 브랜드들 매출이 예년보다 주춤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매출 비중이 높은 초부유층 고객들은 되레 수요를 키우는 경향이 있어 성장세는 둔화하더라도 시장 차원에서 불리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