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럭셔리 자동차를 생산하는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최고 실적을 거뒀다. 모두 6021대의 차를 팔아치웠다. 118년 역사상 6000대 이상을 판매한 것은 처음이다. 대형 갤러리를 중심으로 한 미술계는 롤스로이스 판매 성적에 반색했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지만 최상위권 부자들의 씀씀이는 줄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미술시장 매출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부류는 경기 변동과 상관없이 ‘특급 명작’을 사들이는 최상위권 부자다. 1902년 창간한 미국의 대표적인 미술 전문지 아트뉴스는 이렇게 분석했다. “올해 미술시장도 괜찮을 것 같다.”
불황 그림자 유럽은 '선택과 집중'…아트페어 구조조정
하지만 미술계 내부 사정은 복잡하다. 초고가 미술품 시장과 대중 작품 거래 시장 사이에 온도차가 크기 때문이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평범한 부자’가 살 만한 일반적인 작품들은 구매의 손길이 딱 끊긴다. 불황 때마다 미술계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다.

이런 현상은 막대한 돈이 오가는 아트페어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세계 최대 전시업체 MCH그룹은 2010년 시작한 아트페어 ‘마스터피스 런던’ 개최를 올해부터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지난해 갤러리 128곳이 참여하는 등 호평받아온 행사였다. MCH그룹은 “물가가 오르고 업황이 악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MCH그룹이 본격적인 ‘아트페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고 본다. 한정된 명작 수량을 지난해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기 시작한 ‘파리+’ 등 핵심 아트페어 한두 곳에 몰아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얘기다. 최근 세계 전시업계에서는 이 같은 ‘약육강식’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파리+’가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던 FIAC을 밀어낸 게 대표적이다.

미술품 거래시장 독점 경쟁은 아시아에서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아시아 미술시장의 ‘맹주’ 홍콩이 휘청이는 틈을 노리는 한국 싱가포르 일본이 아트페어산업에 뛰어들면서다.

미술계 관계자는 “KIAF-프리즈가 분발해야 한국 미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