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립경기장 설계자의 건축철학…책 '구마겐고, 나의 모든 일'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의 주경기장인 국립경기장을 설계한 일본의 유명 건축가 구마 겐고가 자신의 프로젝트와 건축 철학을 말하는 책 '구마 겐고, 나의 모든 일'(나무생각)이 출간됐다.

단게 겐조, 이소자키 아라타, 안도 다다오 등에 이어 일본 4세대 건축가로 분류되는 구마 겐고는 작고, 낮고, 느린 이른바 '삼저주의'로 유명한 건축가다.

도치기현의 돌미술관, 도쿄 네즈미술관과 산토리미술관 등이 유명하며 독특한 나무 디자인으로 한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일본 후쿠오카 다자이후 텐만구 스타벅스 건물도 구마의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제주의 롯데아트빌라스 건축에 참여했고 2026년 준공이 목표인 부산 롯데타워 외형 디자인을 맡았다.

구마는 책에서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네 시기로 구분한다.

1기는 직접 사무실을 시작한 1986년부터 1991년까지다.

일본 버블경제의 절정기에 도쿄 한복판에서 사무실을 운영한 그는 1991년 버블경제가 무너지면서 도쿄에서의 모든 일이 취소되는 상황에 놓였다.

도쿄에서 일을 찾을 수 없게 된 그는 지방의 '작은 장소'를 찾았다.

가장 먼저 만난 작은 장소는 고치현의 산속 마을이었다.

목조 주택을 고쳐달라는 요청을 받고 찾아간 곳에서 그는 작은 치수의 목재(소경목)를 조합해 섬세하고 인간적인 공간을 만드는 방식을 서서히 학습했다.

이후 목조를 이용해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이는 국립경기장의 파사드(전면)를 단면이 150x30㎜인 소경목으로 덮는 것으로 이어졌다.

日 국립경기장 설계자의 건축철학…책 '구마겐고, 나의 모든 일'
미야기현에서는 노가쿠(能樂.일본의 전통 가면악극) 극장을 지으며 저비용 건축의 지혜를 배웠다.

일반적인 노가쿠 극장 건축에는 20억엔이 필요했지만 구마는 방 하나가 여러 역할을 담당하게 해 공간을 다중활용하고 가격이 낮은 재료를 사용하는 식으로 건축비를 2억엔으로 줄였다.

'저비용이기 때문에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는 이 경험은 20년 후 설계비 과다 논란으로 국립경기장 설계안을 재공모했을 때 구마의 설계안이 당선되는 데 영향을 끼쳤다.

구마는 자신의 작업을 '삼륜차'라는 단어로 정의한다.

대규모 건축과 작은 건축을 병행하고 거기에 글을 쓴다는 행위를 더해 세 바퀴로 움직인다는 의미에서다.

책에는 구마가 고른 자신의 작품 55개가 사진과 함께 수록됐다.

이정환 옮김. 37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