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가공식품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가공식품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소비기한이 뭔가요? 유통기한이랑 다른 건가요?"

지난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마트에서 만난 소비자는 이같이 반문했다. 새해 1월1일부터 마트나 편의점 등에 식품을 사러 가면 포장재에서 '소비기한'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기존 유통기한에서 바뀐 것이다. 유통기한이 말 그대로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뜻한다면 소비기한이란 소비자가 보관 조건을 준수했을 경우 안전에 이상 없다고 판단되는 기간을 의미한다. 통상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길다.

다만 5일까지 서울과 경기 시내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둘러본 결과 소비기한이 무엇인지 아는 소비자는 아직 많지 않았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 혼동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 고양 소재 마트에서 만난 50대 주부는 "소비기한이라는 건 처음 들었다. 유통기한과 뭐가 다르냐"고 되물었다. "원래대로 유통기한을 참조하겠다"고도 했다.
소비기한이 표기된 한 가공식품. /이현주 기자
소비기한이 표기된 한 가공식품. /이현주 기자
소비기한은 일반적으로 유통기한보다 20∼50% 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식품 유형 100개 품목에 대한 소비기한 참고값을 공개했다. 제조·유통사가 소비기한을 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값이다. 가공두부의 유통기한은 7∼40일이지만 소비기한은 8∼64일, 유통기한이 15∼25일인 베이컨류는 소비기한이 16∼33일이었다. 초콜릿 가공품의 경우 유통기한은 30일인데 소비기한은 51일이었다.

식품에 표시된 방법에 맞게 보관한다면 유통기한이 지났어도 소비기한 내 섭취하면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취지다. 세계적 흐름도 소비기한을 사용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대량 폐기하면서 처리 비용이 증가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비판이 커지자 제도를 바꿔 올해부터 소비기한을 쓰기로 한 것이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이같은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소비기한에 대해 여전히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 안내나 홍보가 부족한 탓으로 풀이된다.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에서 만난 40대 소비자도 "유통기한을 넘긴 식품을 두고 먹기는 부담스럽다. 배탈이라도 날까 불안해 그냥 유통기한을 따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부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소비기한이 적용되는 온도는 어느 정도냐. 냉장보관 기준인지, 냉동보관 기준인지 모르겠다" "유통기한 내에도 상태가 안 좋은 식품도 있는데 소비기한을 지키는 게 가능한가" 등의 반응이 나왔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관계자가 우유를 진열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관계자가 우유를 진열하고 있다. /뉴스1
소비기한을 표기한 제품도 드물었다. 유통기한 표기 제품이 대부분으로, 빵이나 과자 같은 베이커리 상품 중 간간히 소비기한이 표기된 제품을 찾아볼 수 있었다. 두부, 달걀 등 일부 신선식품에도 소비기한이 적혀 있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1년까지는 계도기간이라 기존 포장지를 사용하는 제조사들은 아직 유통기한을 표시한 곳이 많다. 신제품 위주로 사용기한 표기가 순차적으로 바뀌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마트나 편의점 직원들도 소비기한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아는 이는 많지 않은 분위기였다. 소비기한 제도에 안내문을 붙인 곳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한 마트에서는 "유통기한이나 소비기한이 크게 다르지 않으니 날짜만 확인하고 가져가면 된다"며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직원도 있었다.

식품을 취급하는 자영업자들도 혼란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영업자 인터넷 커뮤니티들에도 소비기한 표기에 대한 정보를 묻는 게시글이 여럿 올라왔다. 한 비조리 밀키트 즉석판매업자는 "올해부터 소비기한을 제품에 표시하라는 안내문을 받았다. 아직까진 '3일 이내 드세요'라고 안내하는 중인데 소비기한 스티커를 제작해 붙여야 하나"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다른 자영업자도 "부대찌개 같이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음식은 소비기한을 어떻게 표기해야 하나. 어디에 문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했다.

안혜원 /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