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이크 루이스

설산과 빙하로 둘러싸인 레이크 루이스는 동화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설산과 빙하로 둘러싸인 레이크 루이스는 동화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유네스코가 선정한 ‘살면서 꼭 한 번 가봐야 할 세계 10대 절경’, 로키의 여왕,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레이크 루이스 앞에는 이토록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다. 호수 앞에 서면 더 화려한 수식어가 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여름에는 에메랄드빛 물빛으로, 겨울에는 동화 속 한 장면으로 변신한다.

레이크 루이스를 겨울에 꼭 가봐야 할 이유가 있다. 만년설과 빙하 사이에 폭 안겨 있는 호수가 꽁꽁 얼어붙고, 온통 푹신한 눈이 쌓여 겨울왕국 같은 장관이 연출된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호수 위를 밟으며 설경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이곳을 제대로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호수 앞 호텔 샤토 레이크 루이스에 투숙하는 것. 이름처럼 고풍스러운 성(城)을 닮은 호텔에서 느긋하게 호수를 감상할 수 있다. 하루 숙박료는 100만원을 훌쩍 넘지만 성수기·비수기를 가리지 않고 인기가 높아 예약이 어렵다. 그럴 땐 호텔 1층의 라운지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창밖으로 호수를 바라보며 따뜻한 홍차와 갓 구워낸 스콘, 쿠키를 즐길 수 있다. 호수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스노볼 속을 바라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2) 밴프

인구 5000여 명의 작은 도시지만 로키 여행에서 빠뜨리면 안 될 중요한 곳이다. 1885년 캐나다에서 처음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도시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이곳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서는 우선 인근 설퍼산에 올라가야 한다. 곤돌라를 타고 15분 정도 오르면 산 정상 전망대에 도착한다. 노르퀘이, 캐스캐이드, 인리스말리드 산맥의 대표적인 봉우리와 미네완카 호수, 보우리버 호수 등 캐나다에서 손꼽히는 호수가 발아래 360도 파노라마 뷰로 펼쳐진다. 자연이 만든 천연 슬로프는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에 좋다. 도시 곳곳에서 스키와 보드를 메고 이동하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키를 타며 손발이 얼었다면 따끈한 온천수로 녹일 차례. 산마다 섭씨 40도의 온천수가 솟아오른다. 몇몇 온천 명소는 차로 이동해야 하지만, 시내 호텔 대부분이 스파 시설을 갖추고 있다.

(3) 재스퍼

밴프 설퍼산 중턱의 어퍼 핫 스프링스 온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유황온천에 몸을 담근 채 로키산맥의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사진 왼쪽). 재스퍼에서 만난 엘크 무리. 청정 자연이 잘 보존된 로키산맥에서는 야생동물을 쉽게 만날 수 있다.(사진 오른쪽)
밴프 설퍼산 중턱의 어퍼 핫 스프링스 온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유황온천에 몸을 담근 채 로키산맥의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사진 왼쪽). 재스퍼에서 만난 엘크 무리. 청정 자연이 잘 보존된 로키산맥에서는 야생동물을 쉽게 만날 수 있다.(사진 오른쪽)
캐나다의 3대 국립공원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지역으로 청정 자연을 자랑한다. 이 덕분에 마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엘크와 사슴 같은 야생동물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맑은 하늘 덕에 별을 관측하기에도 좋다. 캐나다 왕립천문협회가 세계 최적의 별자리 관측 장소로 인정했을 정도. 매년 10월께 ‘재스퍼 다크 스카이 페스티벌’이 열려 전국에서 별을 관측하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로 붐빈다. 온도가 낮아지면서 대기가 투명해지는 겨울에 한층 더 또렷한 별을 볼 수 있다.

이 지역은 2018년 영국의 해리 왕자·메건 마클 왕자비 커플이 신혼여행지로 선택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들은 로키산맥의 3대 숙소로 꼽히는 페어몬트 재스퍼 파크 로지에서 허니문을 즐겼다. 이곳은 산장 같은 통나무집 안에 특급호텔 설비를 갖춘 이색적인 숙소. 야외 온수풀이 있어 눈 덮인 보베르 호수를 바라보며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물 밖으로 나온 머리카락에 하얗게 살얼음이 낀 재미있는 스냅샷도 남길 수 있다.

밴프(캐나다)=김은아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