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화가] 유물 취급받던 인물화로 추상예술계 호평 이끌어…'사실주의' 필립 펄스타인
사람들은 화가의 이미지로 외골수를 떠올린다. 남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화풍과 작업 방식을 고집하는 ‘수도승’ 같은 화가들이 그동안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미술계만큼 유행에 민감한 분야도 없다. 트렌드를 따르지 않으면 작품이 안 팔릴 가능성이 높을뿐더러 ‘시대에 뒤처졌다’는 핀잔도 듣는다.

지난달 20일 세상을 떠난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필립 펄스타인(1924~2022·사진)이 위대한 화가로 평가받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펄스타인이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1940년대 후반 세계 미술계의 대세는 ‘추상표현주의’였다. 구상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구시대의 유물 취급을 받았다.
필립 펄스타인 '자화상-두 스케치들'(2001)
필립 펄스타인 '자화상-두 스케치들'(2001)
하지만 펄스타인은 누드화 등 인물화를 고집했다. 펄스타인은 전통적인 누드화와 달리 구부러지거나 뒤틀린 인체를 그렸다. 지루해하는 모델의 표정까지 화폭에 담았다.

미술계도 펄스타인의 끈기 있는 도전에 “심미성과 예술성을 겸비했다”는 호평을 내놓기 시작했다. 저명한 미술평론가 로버트 휴즈는 “펄스타인은 사실주의 그림이 심오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