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슬기 작가, 박승우 감독.
왼쪽부터 박슬기 작가, 박승우 감독.
하나의 작품은 작가가 공을 들여 쌓아 올린 하나의 세계다. 심사하면서 가장 만나보고 싶었던 작품은 깊이 있는 주제 의식과 그 주제를 싣고 나갈 힘 있고 진솔한 문장력을 갖춘 작품이다.

당선작 ‘미인’은 캐릭터가 확고해 이야기가 진정성과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극 전개의 전형성을 타파하고 이를 안정감으로 승화할 수 있으리란 기대와 이야기 자체의 재미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지은이 김지은’은 죽음으로 향해가는 시간과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엮어내려는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평이한 대사 등 단점을 보완해 더 특별한 작품으로 완성하길 기대해본다. ‘문제적 연애사(社)’는 대사와 문장이 경쾌하고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어, 설정의 공허함을 딛고 보다 생생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었다. 이외에도 시의성 있는 소재를 사실감 있게 묘사해낸 ‘섬망’은 마지막까지 고민한 작품이었다. 소재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주제 의식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작가 생전 고작 3715부만 팔리며 외면당했던 <모비 딕> 같은 명작이 낙선작 중에도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해 본다. 모든 응모자에게 깊은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수상자에게는 뜨거운 축하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