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경 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자인 노은지 씨는 “주인공이 오롯이 자아를 찾아나가는 소설뿐 아니라 ‘관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소설도 써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범준 기자
2023 한경 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자인 노은지 씨는 “주인공이 오롯이 자아를 찾아나가는 소설뿐 아니라 ‘관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소설도 써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범준 기자
“5년간 이 소설과 친해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했죠.”

2023 한경 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에 당선된 노은지 씨(36)는 당선작 ‘세노테 다이빙’을 2018년 신혼여행지에서 처음 구상했다. 소설은 주인공 ‘현조’가 멕시코 칸쿤으로 신혼여행을 홀로 떠나면서 시작한다. 노씨는 “칸쿤 여행이 너무 즐거워서 ‘이런 곳에 혼자 오는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해졌고, 그게 소설의 출발이었다”고 말했다. “남편이 완성된 소설을 처음 읽더니 ‘나랑 신혼여행 같이 가서 싫었냐’고 농담하더라고요.”(웃음)

‘세노테 다이빙’은 그 후로 5년간 노씨의 속을 끓였다. 처음에는 단편소설로 썼는데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셨다. 등장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좀 더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장편으로 고쳐 썼다. 원고를 붙잡고 씨름하다가 다시 멀리 치워두고 거리를 뒀다가 하는 시간의 반복이었다. 장편으로 신춘문예나 공모전에 응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지막까지 이 소설을 내는 게 맞는지 고민했어요. 이미 수명이 끝난 이야기에 미련을 두는 게 아닌가 싶었죠. 올케가 ‘재밌게 읽히니 보내보라’고 용기를 준 덕에 신춘문예에 응모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 소설로 당선되다니….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소설을 쓰며 그가 제일 공력을 들인 부분은 자연에 대한 묘사였다. 칸쿤 특유의 아름다운 경관을 문장으로 그려내기 위해 여러 차례 퇴고를 거쳤다. 소설 속 현조가 심해의 천연동굴 세노테를 마주한 부분을 읽으면 마치 고요한 바닷속에 들어간 듯 숨을 죽이게 된다. 노씨는 “사실 칸쿤에서는 깊은 바다까지는 못 들어가 세노테를 직접 보진 못했다”며 “소설을 쓰기 위해 현지에서 들은 세노테에 대한 설명을 참고하고 관련 사진도 많이 찾아봤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한 노씨는 의류무역회사 영업직, 영어학원 강사 등을 거치면서도 꾸준히 습작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에서 본격적으로 소설 쓰기를 익혔다. 2015년부터 매년 신춘문예에 도전했고 7년 만에 당선 소식을 들었다. 그는 “초등학교 때 공책에 혼자 판타지 소설을 써봤는데, 동생이 ‘누나, 재밌어. 계속 써줘’ 한 적이 있다”며 “신춘문예에 매번 떨어지고 슬퍼도 어린 시절 첫 독자를 만나고 신났던 마음, 독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계속 버텼다”고 했다. “사실은 안 쓸 수가 없었어요. 계속 소설을 쓰고 싶었으니까요.” 그는 소설 쓰기가 버겁고 쓰기 싫어지는 순간도 결국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써야 지나갔다고 했다.

노씨는 “이번에 쓴 소설은 자아를 오롯이 찾아가는 이야기였다면, 다음에는 좀 더 관계에 몰두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사람이든 사랑이든 관계가 중요하잖아요. 아직 어떤 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가족 혹은 연인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라는 격려였다"
2023 한경 신춘문예 당선 통보를 받고

‘세노테 다이빙’에 등장하는 전설 속 주인공 이그나시오는 반복해서 우물을 판다. 그는 왜 우물을 파느냐는 질문에 “물소리가 들려서”라고 답한다. 왜 소설을 쓰느냐는 질문에 나 역시 같은 대답이다.

점점 나빠지는 것 같은 세상을 살아내며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생각을 이야기로 쓰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쓰는 것 외에 선택할 수 있는, 선택하고 싶은 길이 없었기에 매 순간 모든 용기를 끌어내 글을 써왔다. 내게 이번 수상은 앞으로도 계속 쓰라는 격려였다. 나약해서 수없이 부서진다고 해도 다시 일어나고, 더 나은 쪽으로 계속 발을 딛는 인물들이 살아가는 소설을 쓰기를. 그렇게 쓸 용기를 잃지 않기를 다짐했다. 다음 소설을 기약할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분들과 독자 없는 글을 쓰다 좌절했을 때 ‘그냥 써!’라고 외쳐주신 윤성희 선생님,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기를 알려 주신 김경욱 선생님, 글쓰기와 언어가 품은 미려함을 가르쳐주신 윤경희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 또한 함께 계속 글을 쓰자고 다짐한 친구들과 해박한 와인 지식을 빌려주신 박연정 대표님, 내 글쓰기의 시발점이 돼준 엄마와 동생 신웅, 이 소설을 쓰는 데 가장 큰 힘이 돼준 상휘, 그리고 나의 버팀목 기남에게도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노은지 씨는

△1986년 경기도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 졸업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