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문장] "당신은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경험을 객관화한다. 그것을 당신 자신에게서 분리한다."
미국 작가 팀 오브라이언이 소집영장을 받은 스물한 살의 여름에 그는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하버드대학원 전액 장학금이 예정된 상태였다. 팀은 캐나다로 밀입국할 것을 갈등하다가 ‘쪽팔림 때문에’ 징집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듬해부터 1970년까지 제23보병사단에서 복무했고, 전역 후 베트남전쟁에서의 경험을 담은 산문과 여러 편의 소설을 썼다.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은 그의 대표작으로 뉴욕타임스 ‘20세기의 책’에 뽑혔다.

베트남에 모인 군인들은 고작 열여덟에서 스물한두 살의 어린애였다. 지미 크로스 중위는 마사의 편지를, 노먼 보커는 일기장을, 무전병인 미첼 샌더스는 요요를, 랫 카일리는 만화책을 가지고 다녔다. 사람들이 전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기억할 무렵 작가와 같은 이름의 소설 속 팀은 아홉 살이 된 딸에게 사람을 죽인 적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는 “물론 그런 적 없지”라고 대답한다. 그 말은 절대적으로 옳다. 현실의 팀은 ‘고통 속의 나’와 분리된 이야기를 거듭 쓰면서 삶을 버틴다. 삶은 계속된 말하기를 통해 진실로 나아간다.

소설가 박유경(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