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건축] 광화문 신문로 '새문안교회', 곡선·아치의 포근함…팔 벌린 '어머니의 품'
서울 광화문 신문로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펼친 어머니 품과 같은 건축물이 있다. 한국 개신교 최초로 1887년 지어진 교회, 새문안교회다. 이 건물은 2019년 새롭게 태어났다. 기존 종교 건축이 높은 첨탑, 거대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목적으로 지어졌다면 이 건축물은 세상의 모두를 품는다는 의미를 담아 곡선을 살렸다. 아치형 게이트가 중앙에 마당을 만들어 시민 누구나 쉬어갈 수 있고, 작은 예배실 역시 개방된 문화공간으로 쓰인다. 정면에서 보면 가운데가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 있고, 이 여백을 좌우의 덩어리가 감싸 안는 형태다.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을 만큼 포근한 공간을 마주한다.

국내 교회 건축의 권위자인 최동규 서인건축 대표와 이은석 한양대 교수가 준공하는 데까지 바친 시간만 9년 2개월. ‘어머니 교회’라 불리던 이 건물 설계는 역사적 의미를 살리고 이웃 사랑이라는 주제를 명확히 했다. 새문안교회가 가장 빛나는 시간은 밤이다. 외벽 곡면에 39개 창문이 마치 별빛을 흩뿌려 놓은 듯 빛난다. 39개 창문은 39장으로 구성된 구약성서를 뜻한다. 정면 곡면부 아래엔 27개의 유리창이 있는데 이는 신약을 의미한다고.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