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원청·여자아이 기억·속도의 안내자
▲ 원청 =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여기가 원청입니까?" 중국 북쪽 출신 린샹푸는 젖먹이 딸을 데리고 남쪽의 시진으로 와 원청이란 생소한 지명을 묻는다.

그는 출산 뒤 자취를 감춘 부인 샤오메이의 행방을 찾아 떠나왔다.

그러나 부인의 고향 원청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옌, 옌롄커와 함께 중국 현대문학 3대 작가로 꼽히는 위화가 '제7일'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청나라가 저물고 중화민국이 시작하는 대격변기의 포화 속에서 젖동냥으로 딸을 먹이며 미지의 도시 원청을 찾아 헤매는 린샹푸의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진다.

소설은 난세를 배경으로 하지만 역사적 영웅은 등장하지 않는다.

위화는 역사의 광풍을 맞닥뜨린 평범한 인물을 통해 가혹한 운명에도 삶을 걸어가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간다.

'인생'과 '허삼관 매혈기', '형제' 등의 작품을 통해 1900년대 근대 중국을 구현해온 위화는 이번엔 1990년대 초반 신해혁명기를 배경으로 했다.

그의 작품을 통틀어 스케일이 가장 큰 작품이다.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집필해 23년에 걸쳐 완성한 장편으로, 위화는 전기(傳奇) 소설을 써보겠다는 20대 시절 꿈을 이루고자 오랜 시간에 걸쳐 수정을 거듭했다고 한다.

지난해 중국에서 출간해 1년 만에 150만 부 이상 판매됐으며 해외 2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푸른숲. 588쪽.
[신간] 원청·여자아이 기억·속도의 안내자
▲ 여자아이 기억 = 아니 에르노 지음. 백수린 옮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가 2016년 발표한 작품으로 백수린 작가가 번역했다.

지난 10월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최근작이다.

자전적 소설을 쓰는 에르노는 이 작품에서 1958년 18살의 첫 경험과 그로 인한 감정적 파장을 낱낱이 파헤쳤다.

S란 지역에서 열린 방학캠프에 참여하며 처음 자유를 만끽한 18살 여자아이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한 남성과 하룻밤을 보내고, 이후 영문을 알지 못한 채 주위로부터 수모와 굴욕을 당한다.

에르노의 심연에 '이 사건'은 수치심이란 잔혹한 흔적으로 남는다.

그는 사랑과 세상을 알고 싶었던 여자아이에게 가해진 모멸감,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기까지의 분투를 집요하게 복원한다.

집필 당시 70대였던 그는 책에서 "그 여자아이를 잊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언제나 일기 속 문장들엔 'S의 여자아이'나 '1958년 여자아이'에 대한 암시들이 있었다.

20년 동안, 나는 책을 쓰려는 내 계획 속에서 '58'이라는 숫자를 적는다.

그건 여전히 쓰지 못한 책이다.

"
긴 세월 동안 써야 했지만, 쓸 수 없었던 글은 58년이 흘러 세상 밖에 나올 수 있었다.

에르노는 "그 아이에 대해 쓰지 못한 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결연한 의지로 18살의 수치심과 대면했다.

그리고 캠프에서의 밤 이후 일어난 일들과 현재의 나, 글쓰기의 의미를 끊임없이 추적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단 하나밖에 없다.

삶을, 시간을 붙잡고 이해하며 즐기는 것. 이것이 이 이야기가 지닌 가장 커다란 진실일까?"
에르노가 소환한 여자아이는 어쩌면 우리에게 숨어있는 수치스러운 기억일지 모른다.

이 작품을 옮긴 백수린 작가는 "상실의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주체가 되기 위해 분투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여자아이에게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레모. 220쪽.
[신간] 원청·여자아이 기억·속도의 안내자
▲ 속도의 안내자 = 이정연 지음.
올해 제10회 수림문학상 수상작으로 이정연 작가의 두 번째 장편 소설이다.

경마장 도핑검사소 아르바이트생이 의문의 약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생명 연장 프로젝트를 향한 거대 자본의 음모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소설은 인류의 오랜 염원인 불로장생과 오늘날 급격히 발전한 바이오 기술을 축으로 약자를 이용하는 거대 자본과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소수 기득권층의 탐욕을 그린다.

또한 자본과 기술의 논리 아래 생명의 개념이 누구에게나 공평한지,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수림문학상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추리 소설의 외양 아래 사회비판적 면모를 숨긴 작품"이란 호평을 받았다.

진실을 향해 파고드는 속도감 있는 전개가 영화 같은 박진감을 선사한다.

광화문글방. 28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