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중달 교수 50여년 연구·번역에 '이정표'…"정본 의미 지닌 마지막 판본"
28권으로 재탄생한 '자치통감' 번역본…판매수익, 장학기금 기부
중국 북송시대의 역사가 사마광(1019∼1086)이 쓴 '자치통감'(資治通鑑)의 한글 완역본이 새로운 구성으로 출간됐다.

도서출판 삼화는 최근 번역서 27권과 해설서 '자치통감전'(資治通鑑傳)을 포함해 총 28권으로 된 '애장판'을 선보였다.

애장판은 소장할 만한 가치가 큰 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출판사는 "역주자인 권중달 중앙대 명예교수의 50여 년의 연구 및 번역 대장정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일"이라며 "(표준이 될 만한) 정본의 의미를 지닌 마지막 판본"이라고 설명했다.

자치통감은 동아시아 역사와 정치의 보고(寶庫)로 불린다.

기원전 403년 주나라 위열왕 때부터 송나라 건국 직전까지 1362년 역사를 다룬 이 책은 한반도의 고구려와 백제, 신라 역사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동아시아사 저술이라 볼 만하다.

송나라 신종(神宗)이 '정치를 하는 데 밑천이 되는 통시대적인 거울'이라는 뜻으로 하사했다는 책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동아시아 역사서 중에서도 '모범적인 책'으로 꼽힌다.

책이 중국 바깥 지역에서 최초로 완역된 것은 권중달 교수의 헌신 덕분이었다.

권 교수는 1979년 '자치통감이 중국과 한국의 학술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대만 국립정치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번역 작업을 시작했다.

28권으로 재탄생한 '자치통감' 번역본…판매수익, 장학기금 기부
전체 294권 번역은 2005년 말 끝났지만 출간은 5년가량 늦어졌다.

당시 책의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나서는 출판사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권 교수는 2006년 중앙대 정년퇴임을 하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출판사를 직접 차렸고 2007년부터 출간 대장정에 들어가 2009년 12월 마침표를 찍었다.

권 교수는 새로 출간한 책 앞부분에서 "학자로서의 삶의 태반은 '자치통감'과 함께였다"며 "객관적인 역사가 진정으로 엄청난 지혜를 준다는 것을 이해하기를 바랐기에 역주를 쓰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역사는 어느 한 부분만 읽을 것이 아니라 전체를 아울러 볼 필요가 있기에 역사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찬술한 자치통감을 읽어볼 것을 권하였지만, 역사의 대중화 운동은 쉽지 않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출판사는 500질 한정으로 책을 펴낸 뒤 판매 수익금은 가칭 '권중달통감학장학회' 기금으로 기부할 계획이다.

내년 3월 공식 출범할 예정인 장학회는 평생 자치통감 연구에 매진해 온 권 교수의 연구 정신과 학문적 업적을 계승하고, 연구자들에게 장학금도 줄 예정이다.

출판사와 관계자들은 전날 오후 장학회 발기인 모임을 열어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향후 '통감학 학술상'을 제정해 자치통감 연구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할 계획"이라며 "장학회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28권으로 재탄생한 '자치통감' 번역본…판매수익, 장학기금 기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