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지도책 = 케이트 크로퍼드 지음. 노승영 옮김. 인공지능(AI)은 기술의 정점으로, 인간이 풀지 못한 문제까지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전능한 존재가 아닐까? 미국 뉴욕대 AI 나우연구소 공동설립자인 저자는 이 같은 믿음이 기계에 대한 맹목적 신뢰가 빚어낸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미국 네바다의 리튬 광산, 아마존 창고, 시카고 도축장, 데이터 센터, 파푸아뉴기니의 산악 마을, 텍사스 서부의 로켓 기지 등에서 AI가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추적한다.
그 결과, AI 시스템을 만들려면 지구의 에너지와 광물자원, 값싼 노동력, 대규모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저자는 AI가 여러 요소를 추출해서 만들어진 하나의 결과물일 뿐이지 '지능'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한 제대로 된 AI는 대규모 자본과 시스템이 필요한 탓에 AI는 궁극적으로 기득권에 유리하게 설계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AI가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더 잘 이해하려면 사회 구조, 정치 세력, 자본, 노동 등이 어떻게 얽혀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인다.
소소의책. 392쪽.
▲ 돌봄과 인권 = 김영옥·류은숙 지음 여성학자 김영옥과 인권활동가 류은숙이 함께 쓴 책. 3년여간 전문가, 학자, 돌봄 노동자, 돌봄의 당사자를 만나고, 관련 세미나를 한 결과를 묶었다.
저자들은 인권과 돌봄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물론 돌봄의 영역에 해당할 최근의 현상, 제도, 사건들과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증언을 두루 살펴 우리 사회 돌봄의 현주소를 비판적으로 점검한다.
또한 부수적인 활동 취급을 받는 돌봄이 사회적으로 가장 근본적이고 중추적인 활동임을 입증한다.
나아가 우리 사회가 정의로운 돌봄 사회로 담대하게 전환해야 함을 역설한다.
"돌봄에 의존하는 사람은 자신의 본성, 소속, 능력을 증명해야 할 필요가 없고 의존을 이유로 죄책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
인간의 보편적인 취약성과 상호의존성을 근거로 인권은 돌봄으로서, 돌봄은 인권으로서 의미를 만들어갈 수 있다.
" 코난북스. 293쪽.
▲ 사이언스 허스토리 = 애나 리저·레일라 맥닐 지음. 구정은·이지선 옮김. 역사 속에서 여성 과학자에 대한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들의 이야기는커녕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알 수 없다.
과학 전문 작가인 저자들은 오랜 세월 과학계의 편협한 속성과 남성 중심의 편견이 여성 과학자의 이야기를 외면하고, 왜곡하고, 억압하고, 감추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다양한 여성 과학자들을 찾아 나선다.
전 세계 천문대에서 하늘을 그린 여성 계산원, 조국의 원주민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고고학자, 새로운 학문을 세워 과학의 얼굴을 바꾼 선구자들 등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여성 과학자들을 새롭게 조명한다.
"스탈린은 매우 유능한 지도자로, 처칠 히틀러 루스벨트 등 비슷한 시기 다른 국가의 군사 지도자 중 유일하게 대체불가능한 인물이었다."영국 출신의 소련 및 스탈린 전문가인 제프리 로버츠가 쓴 <스탈린의 전쟁>은 이처럼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된다. 저자는 스탈린이라는 존재가 후임자인 흐루시초프의 평가절하와 냉전 기간 대립으로 왜곡됐다고 주정한다. 그리고 이는 2차 세계대전 및 냉전 돌입 시점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저자는 스탈린과 관련된 잘못 알려진 사실 관계들을 바로 잡으려 시도한다. "히틀러의 진격에도 스탈린은 당황하지 않았다"독일과의 전쟁 초기 스탈린은 크게 동요한 것으로 일반에 알려져 있다. 충격에 빠져 며칠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측근들이 찾아가 설득했을 때 겨우 기력을 차리고 지휘부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저자는 관점이 흐루시초프를 통해 왜곡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한다. "스탈린은 여느 때처럼 일했고 분별력을 잃지 않았다."(몰로토프)는 등의 반대 증언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관련 논쟁은 스탈린 사후 스탈린 반대파와 충성파 사이의 갈등으로 과장됐다는 지적이다.상반되는 진술 사이에서 저자는 전쟁 초기 소련 내 공식 결제 문건 등을 통해 스탈린이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독소 전쟁 발발 당일 스탈린이 직접 명령하고 서명한 20건의 문서다. 여기에는 초기 전쟁 수행기구 구성과 보급체계 변화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다.냉전이 스탈린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점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독일과의 전쟁이 길어지고 잔혹해
2023년 제46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최진영 작가의 단편소설 '홈 스위트 홈'이 선정됐다.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출판사 문학사상은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모든 중·단편소설을 심사한 뒤 선정했다. '어떤 집에서 죽어갈 것인가' 질문하는 작품수상작 '홈 스위트 홈'은 지난해 월간 문학지 '현대문학' 9월호에 발표된 작품이다. 말기 암에 걸린 40대 '나'가 시골 마을의 폐가를 구해 수리하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나는 죽어가고 있다. 살아 있다는 뜻이다"는 작품 속 문장처럼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품이다.이 작품에 대해 권영민 문학사상 편집주간(서울대 명예교수)은 "비애감이 깔리는 주제임에도 생의 긍정을 불어넣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이 작품에서 집은 현재의 삶을 과거의 시간과 연결하고 먼 과거의 일들을 현재로 끌어와 회상할 수 있도록 만들며,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다채로운 기억들은 인간의 삶에 내재하는 심오한 존재론적 의미와도 맞닿게 됩니다." "사람들은 서로를 돕는지도 모르고 돕는다" 최 작가는 수상 소감을 통해 "내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불안이 먼저 찾아온다"며 "내게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가 의심하다 보면 죄책감이 스며들고, 행운이 나를 찾아온 이유를 곰곰이 찾아보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도 소설을 통해 사랑을 전하고 싶었다"며 "그것은 나를 쓰는 사람으로 살게 하는 강한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죽음의 키보드· 동물노동 ▲ 역사 컬렉터, 탐정이 되다 = 박건호 지음. 역사전문가인 저자는 호적이나 골동품 같은 빛바랜 물건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10가지 장면을 조명한다. 130년 전 호적자료를 통해 111세 노비 갑덕의 사연을 전하고, 구한말 영월군수의 장부에서는 기발한 세금 수탈 방식을 소개한다. 장부에 따르면 효도하지 않거나 음란한 행동을 하면 세금을 내야 했다. 도박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산 표범에게 당한 노루의 사체를 발견하고 녹용을 가져갔다는 이유로 돈을 빼앗기기도 했다. 이 밖에도 저자는 신분제 동요, 3·1운동, 일정 강점기 무단통치, 창씨개명, 아시아태평양전쟁, 한국전쟁, 1960년대 경제개발 등을 주제로 다양한 사건을 전한다. 저자는 서로 무관해 보이는 자료들 사이에서 연관성을 발견하고, 행간을 이어 붙여가며 사건을 추론한다. 휴머니스트. 264쪽. ▲ 죽음의 키보드 = 미하엘 초코스 지음. 박병화 옮김. 독일의 법의학자인 저자가 전하는 법의학 이야기. 저자는 법의학자들이 지닌 전문 지식과 능력을 "죽음의 키보드"라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모든 죽음에는 아주 특수한 키보드가 장착되어 있는데, 법의학자들은 이 키보드를 두드려가며 진실을 찾아낸다. 법의학자들은 시신 조사를 통해 죽음 과정을 재구성한다. 피해자의 몸에 남은 상처에서 가해자의 진술과 대치되는 부분을 확인하고, 범인이 조작한 단서들에서 어떤 요소가 과학적으로 어긋나는지 파악한다. 법의학자의 말은 사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저자는 법의학자가 무거운 책임감을 지녀야 하고, 타인과 상황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하며, 누구의 의견에 기대지 않은 채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