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유리병 쓰레기가 예술작품으로
김경균 작가 '파도의 기억을 담아' 전시
내년 2월19일까지 파주 아르디움 갤러리서
내년 2월19일까지 파주 아르디움 갤러리서

김경균 작가(한국예술원종합학교 미술원 디자인과 교수·58)가 바닷가 쓰레기를 이용한 실험적인 정크 아트 작업을 4년 넘게 하고 있다.
사람들이 무심코 바다에 버린 소주병, 맥주병, 음료수병들. 오랜 세월 파도에 휩쓸리며 병은 깨지고 날카로운 모서리가 뭉툭하게 달아진다. 동글동글 영롱한 빛을 내는 유리들에 작가는 주목했다.

작가의 손을 거쳐 예술로 태어난 ‘아름다운 보석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 ‘파도의 기억을 담아’가 12월 2일부터 파주 출판도시 아르디움 갤러리서 열리고 있다. 전시회는 내년 2월 19일까지다.
김 작가에게 바다는 복잡한 서울 생활에 지친 심신을 달래는 위로와 새로운 기운을 주는 안식처다.그래서 그는 지금도 틈만 나면 바다로 간다고 한다.
“어느 날 파도에 밀려온 쓰레기 더미를 치우다 유리병 조각을 발견했어요. 거기에 쓰인 ‘경월주조’란 글자가 거의 40년간 잊힌 기억을 일깨웠죠. 재수를 결심하고 찾은 주문진 겨울 바다에서 강소주를 비우고 바다에 던져버렸던 바로 그 소주병이 내 앞에 돌아와 뭐라고 말을 거는 느낌이 들었어요”
오랜 세월 파도에 쓸려 모서리가 뭉툭해진 그 유리 조각은 어딘지 작가 자신을 닮아 있었다고 했다.그렇게 시작된 작가만의 보물찾기 시작됐다. 처음에는 바다 환경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 시작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자신을 수행하는 구도의 길이 됐다고 했다.

스튜디오 촬영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 유리알 조형물은 대형 설치 작품으로, 예술 포스터, 달력, 티셔츠, 에코백, 머그잔 등으로 새로 태어났다. 또한 유리알 조형물에 친환경 메시지를 담아 <빛의 바다> 라는 그림책으로 엮어 강릉, 통영, 고창 등 전국에서 전시 및 북토크 등을 열며 환경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지금까지 모은 유리알을 전부 사용해 만든 폭 3m 크기의 대형 작품 2점은 이번 전시의 메인이다. 하늘, 바다, 땅이 만나는 가장 원초적인 풍경을 재현하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파도소리와 바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작가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타마미술대학원에서 비주얼커뮤니케이션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 대통령상 등 국내외 여러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했으며,
디지털 미디어 사회에서의 정보문화라는 주제로
‘인터커뮤니즘’, ‘인포메이션 아키텍처’, ‘페이퍼로드’,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바람’ 등
다수의 심포지엄을 기획했다.
<한일종이교류전>, <음양지와 센카지전>, <페이퍼로드 紙的 想像의 길>,
<한일그래픽디자인 심포니아>, <한일 음식문화 특별전>, <한중일 문화올림픽 100개의 바람, 100인의 바램> 등의 특별전을 기획했다.
타이포스터, 몽유도원도, 유리알 유희 등의 개인전을 서울, 강릉, 베이징, 청두 등에서 개최했다.
‘서울지하철 장애인 안내 시스템’, ‘청계천 유비쿼터스 맵’, ‘디자인 서울 가이드라인’, ‘전라남도 예술섬 프로젝트’, ‘연홍도 티셔츠 미술관 프로젝트’ , ‘가우도 정크아트 프로젝트’ 등 다수의 공공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저서로는 <십인십색: 일본 그래픽 디자이너 10인과의 만남>, <일본 문화의 힘>(공저), <엑스포메이션 서울×도쿄>(공저)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인포메이션 그래픽스>, <정보디자인>, <눈의 모험>, <선의 모험>, <원과 사각형의 모험>, <독서의 신>, <불변의 디자인 룰 150>, <마법의 색채 센스>, <배색사전>, <마법의 디자인>, <애플>등이 있다.
이철민 기자 press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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