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서 3~4일 '한화클래식' 무대…바로크 음악 선보여
"한국에 애착…고려인 친구들과 뛰놀던 어린 시절 떠올라"
바로크성악 신성 레즈네바 "사할린서 유년시절…김치맛 못잊어"
"일곱 살 때까지 사할린에서 자랐어요.

한국인(고려인) 친구들과 뛰어놀았고 부모님도 한인 친구분들과 자주 어울렸죠. 매운 김치 맛도 잊지 못해요.

참 행복했던 유년 시절이었죠."
오는 3~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화클래식' 무대에 오르는 러시아 출신의 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33)는 고향 사할린에서 고려인 친구들과 산으로 들로 강으로 뛰어놀며 지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소녀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레즈네바는 "한국은 고향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여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애착이 많이 간다"고 했다.

"한국에선 만나는 사람들 모두 진실된 모습을 보여줘서 감동해요.

정말이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라 같아요.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에서 공연할 때도 그곳의 바다 내음과 바람을 느끼며 어린 시절 사할린의 추억이 많이 생각났어요.

"
소녀 율리아는 사할린에서 고려인 친구들과 뛰놀면서도 클래식음악 애호가인 부모 아래에서 다섯 살 때부터 노래와 피아노를 배우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다.

명문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성악과 피아노를 전공한 레즈네바는 열일곱 살이던 2007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엘레나 오브라초바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0년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린 '클래식 브릿 어워드'에서 로시니 오페라 '호수의 여인'의 아리아 '제가 만일 아버지를 잃으면'을 불러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레즈네바는 가볍고 섬세한 바로크 가창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넓은 공연장을 채워야 하는 동시대 가수들의 능력까지 겸비한 1급 바로크 성악가로 꼽힌다.

청아하면서도 아름다운 음색에 화려한 기교와 지적인 해석을 겸비한 레즈네바에게 해외 유수 언론들은 '천사 같은 아름다움'(뉴욕타임스), '흠잡을 데 없는 테크닉'(가디언) 등과 같은 평가를 한 바 있다.

이번 내한 무대에서 레즈네바는 베니스바로크오케스트라와 함께 헨델, 비발디, 그라운, 포르포라 등 바로크 시대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들이 쓴 소프라노 아리아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한국의 클래식 시장 중에서도 특히 고음악의 팬층이 두텁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바로크음악은 본능적으로 가슴을 울리는 멜로디를 갖고 있다"면서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시면 어느 순간 음악이 그 마음을 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크성악 신성 레즈네바 "사할린서 유년시절…김치맛 못잊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