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음식 종목 심사 관대해져…'지나친 상업화'는 경계
다음 목표는 '한국의 전통 장 문화'…등재 많은 국가는 2년 주기로 심사
평양냉면·바게트·자두 술…조상의 '손맛'을 지키려는 노력
평양랭면(냉면), 바게트, 전통 자두 증류주, 대추야자….
우리 탈춤이 30일(현지시간) 모로코에서 열린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오르면서 함께 등재될 다른 문화유산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에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과 이를 둘러싼 문화가 잇달아 대표목록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어 조상의 '손맛'을 지키려는 노력이 주목된다.

올해 회의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북한의 '평양랭면 풍습'(Pyongyang Raengmyon custom)이다.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등장하기도 했던 평양냉면은 북한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북한 사회과학원 민속학연구소 등에 따르면 평양냉면은 메밀가루 반죽물로 뽑은 국수사리에 여러 고명 등을 놓고 감칠맛 있는 국수 국물을 부어 만든 평양 지방의 특산 음식이다.

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평양랭면 풍습'의 등재를 결정하면서 "평양랭면은 평양 사람들의 삶에 깊게 뿌리내린 전통 민속 요리로, 문화적 정체성과 연속성을 증진하고 사회적 조화와 결속에도 기여한다"고 봤다.

북한은 아리랑(2013년), 김치 담그기(2014년), 씨름(2018년·남북 공동 등재)에 이어 평양냉면까지 총 4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갖게 됐다.

평양냉면·바게트·자두 술…조상의 '손맛'을 지키려는 노력
프랑스의 '국민 빵', 바게트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도전장을 냈다.

바게트는 프랑스 내에서 연간 100억 개 정도 소비된다는 통계도 있지만, 최근에는 장인의 손길이 담긴 빵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바게트로 대체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이 밖에도 세르비아의 '전통 자두증류주 준비 및 음용과 관련된 사회적 관행 및 지식 - 슐지보비차', 아랍에미리트(UAE) 등 15개국의 '대추야자, 지식, 기술, 전통 및 관행', 사우디아라비아의 '카울란(Khawlani) 커피 원두 재배와 관련된 지식 및 관행' 등이 이번 회의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바게트를 비롯한 신청 건 모두 위원회 산하 평가기구에서 '등재 권고' 평가를 받은 만큼 등재가 확실시된다.

등재 심사는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음식(食) 문화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는 2010년대 들어 확실히 나타난다는 게 문화계 중론이다.

박원모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실장은 국립무형유산원이 간행하는 학술지 '무형유산' 제12호에 낸 보고서에서 "2010년 등재 주기에서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짚었다.

박 실장은 "목록 등재 초기에 협약 사무국과 보조기구는 상업화의 우려 등을 이유로 음식 관련 종목 등재에 부정적이었으나, 2010년에는 '프랑스의 미식 문화' 등 3건이 등재됐다"고 설명했다.

평양냉면·바게트·자두 술…조상의 '손맛'을 지키려는 노력
한국은 이런 변화의 흐름을 직접 겪었다.

지난 2009년 '조선왕조 궁중음식'은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평가기구에서 '등재 보류' 판정을 받았으나, '김장 :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는 2013년 대표목록에 올랐다.

박 실장은 "2010년 이후 음식 종목에 대한 심사가 비교적 관대해지면서 축제나 행사 등에 제공되는 음식 관련 종목을 제외하고도 현재까지 다수의 음식 관련 종목이 목록에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화재청 관계자 역시 "기존에는 각종 음식이나 먹는 문화를 대표목록에 많이 올리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대신 지나친 상업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위원회는 목록 등재를 결정한 여러 사례에서 '과도한 상업화와 같은 잠재적인 부정적인 영향을 적절하게 다룰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요청한다'는 문구를 명시하고 있다.

평양냉면·바게트·자두 술…조상의 '손맛'을 지키려는 노력
우리 정부는 '23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을 준비하면서 최근 등재 현황을 눈여겨보고 있다.

문화재청은 앞서 국가무형문화재인 '장(醬) 담그기'를 바탕으로 한 '한국의 전통 장 문화'를 차기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신청대상으로 선정한 바 있다.

등재 여부는 2024년에 결정될 예정이다.

그런데 왜 2023년이 아니라 2024년일까.

유네스코는 많은 국가가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등록할 수 있도록 등재 건수가 없는 나라, 공동 등재, 등재 건수가 적은 나라 등 우선순위를 두고 평가하고 있다.

기존에 무형유산을 다수 보유한 국가는 2년에 1건 정도로 제한된다.

문화재청의 '2022년 인류무형유산 등재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1일 기준으로 대표목록에 등재된 우리나라 무형유산은 총 21건으로 중국(34건), 일본(22건)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