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하와이로 시집간 세 신부 이야기…"화려한 쇼 없지만 스토리 매력적"
고국을 떠나 낯선 땅에서 억척스럽게 뿌리를 내리는 이민자의 이야기는 매력적인 드라마 소재다. 재미동포의 삶을 다룬 영화 ‘미나리’와 재일동포가 나오는 드라마 ‘파친코’ 등의 흥행에 이어 하와이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사진)이 최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했다.

이 작품은 서울시뮤지컬단의 올해 세 번째 창작뮤지컬이다. 국내 대표 아동청소년문학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금이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아동 성폭력이란 사회적 이슈를 다룬 이 작가의 소설 ‘유진과 유진’은 지난해 서울 대학로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져 호평을 받아 올해 재연하는 등 인기를 모았다.

원작의 탄탄한 서사에 추가적인 설정이 덧붙여져 더 풍성한 드라마가 완성됐다. 약 100년 전 중매쟁이가 가져온 사진 한 장만 보고 하와이로 시집간 이른바 ‘사진 신부’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에선 주인공 버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됐으나 뮤지컬에선 버들과 홍주, 송화 등 세 여인의 이야기가 동등한 비중으로 전개된다. 독립운동을 하는 준혁 등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 남성 캐릭터도 한 명 추가됐다. 특히 송화와 준혁의 러브스토리가 매력적이다.

쇼보다 드라마적 요소에 방점을 찍은 ‘연극적인 뮤지컬’이다. 조선과 일본 고베, 하와이 등을 넘나드는 세 여인의 인생을 압축적으로 담으려다 보니 노래와 춤보다는 대사의 비중이 높다. 대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노래와 춤을 활용하는 느낌이다. 인상적인 넘버나 화려한 군무를 기대하고 관람하면 실망할 수 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과 연말을 맞아 대작이 쏟아지는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삼삼한 작품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역사적 위인이나 유명 인물을 소재로 한 뮤지컬도 아니고, 스타 배우가 출연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기록할 가치가 있는 디아스포라(유랑민)의 역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도전이다. 가족 단위 관객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교훈과 감동이 담긴 드라마가 펼쳐진다. 공연은 다음달 11일까지.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