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하와이로 시집간 세 신부 이야기…"화려한 쇼 없지만 스토리 매력적"
내달 11일까지 서울 M씨어터
이 작품은 서울시뮤지컬단의 올해 세 번째 창작뮤지컬이다. 국내 대표 아동청소년문학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금이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아동 성폭력이란 사회적 이슈를 다룬 이 작가의 소설 ‘유진과 유진’은 지난해 서울 대학로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져 호평을 받아 올해 재연하는 등 인기를 모았다.
원작의 탄탄한 서사에 추가적인 설정이 덧붙여져 더 풍성한 드라마가 완성됐다. 약 100년 전 중매쟁이가 가져온 사진 한 장만 보고 하와이로 시집간 이른바 ‘사진 신부’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에선 주인공 버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됐으나 뮤지컬에선 버들과 홍주, 송화 등 세 여인의 이야기가 동등한 비중으로 전개된다. 독립운동을 하는 준혁 등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 남성 캐릭터도 한 명 추가됐다. 특히 송화와 준혁의 러브스토리가 매력적이다.
쇼보다 드라마적 요소에 방점을 찍은 ‘연극적인 뮤지컬’이다. 조선과 일본 고베, 하와이 등을 넘나드는 세 여인의 인생을 압축적으로 담으려다 보니 노래와 춤보다는 대사의 비중이 높다. 대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노래와 춤을 활용하는 느낌이다. 인상적인 넘버나 화려한 군무를 기대하고 관람하면 실망할 수 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과 연말을 맞아 대작이 쏟아지는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삼삼한 작품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역사적 위인이나 유명 인물을 소재로 한 뮤지컬도 아니고, 스타 배우가 출연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기록할 가치가 있는 디아스포라(유랑민)의 역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도전이다. 가족 단위 관객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교훈과 감동이 담긴 드라마가 펼쳐진다. 공연은 다음달 11일까지.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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