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매장에 전시된 부가부의 휴대용 유모차 '버터플라이'.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한 매장에 전시된 부가부의 휴대용 유모차 '버터플라이'.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지난 15일 포털의 한 스마트스토어에서는 클릭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이 스마트스토어에서는 80만원짜리 유모차를 판매했는데, 판매 시작 10초도 되지 않아 제품이 동났습니다. 제품이 입고된 모습을 갈무리해 저장하고 주문 버튼을 누르니 제품 상태가 품절로 바뀌더군요. "결제까지의 모든 과정을 10초 내에 마쳐야 한다. 이를 위해 포털 사이트 포인트를 충전해둬야 한다"던 맘카페의 설명이 떠올랐습니다. 맘카페를 뜨겁게 달궜던 '부가부 버터플라이'의 인기를 체감한 순간이었습니다.

맘카페에서는 고가 유모차인 부가부 버터플라이의 인기가 높습니다. 유모차 추천을 부탁하는 글마다 거론되고 '입고일'이 공유됩니다. 매장마다 재고가 없는 품절 상태가 기본값입니다. 제품이 입고되는 날만 기다리는 부모들이 수두룩하다고 합니다. 중고물품을 사고 판다는 '당근마켓'에도 없습니다. 있어봤자 유모차 액세서리 정도라고 하네요. 예약받지 않는 매장에서는 '오픈런'도 벌어진다고 합니다.

맘카페 최고 인기 유모차' 부가부'가 뭐길래…

대체 어떤 유모차이길래 이 난리일까요. 버터플라이는 네덜란드 브랜드인 부가부가 내놓은 정가 82만원짜리 휴대용 유모차입니다. '80만원대 유모차가 없어서 못 산다'라니. 믿겨지지 않아 더 알아봐야겠다는 의욕이 샘솟았습니다.

국내에는 지난 6월 출시된 신제품인데, 1초 만에 접고 펴는 것이 가능한 '1초 폴딩 시스템'을 갖췄다고 합니다. 네 바퀴 모두 충격을 흡수하고 한 손으로도 주행이 가능할 만큼 부드럽게 움직인다네요. 구매 후기도 '흔들림이 적고 핸들링이 편하다', '괜히 품귀현상이 있던 게 아니다. 쓰면 쓸수록 만족', '한 달 썼는데 단점을 못 찾겠다' 등 칭찬 일색입니다.
부가부 유모차의 네이버스토어 판매사이트. 사이트를 캡쳐하고 구매를 누르려고 하니 '품절'이라는 문구가 떴습니다. '10초 완판'을 눈으로 보고 놀랐습니다. 사용자 총평은 5점 만점에 4.9점입니다.  / 자료=네이버 해당화면 캡쳐
부가부 유모차의 네이버스토어 판매사이트. 사이트를 캡쳐하고 구매를 누르려고 하니 '품절'이라는 문구가 떴습니다. '10초 완판'을 눈으로 보고 놀랐습니다. 사용자 총평은 5점 만점에 4.9점입니다. / 자료=네이버 해당화면 캡쳐
보통 '명품=오픈런'이라는 공식이 있습니다. 에르메스백처럼 몇달을 기다리고 샤넬백처럼 문 열기도 전에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니 좋은 유모차겠다고 생각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수백만원짜리도 아니고 100만원도 안되는 유모차를 오픈런까지 하며 사야 할까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 이해가지 않는 점은 엄마들의 반응입니다. 명품들의 경우 '그렇게까지 해서 사야하나', '그게 뭐라고 줄까지 서냐' 등 부정적인 시선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웬일일까요. 직접 써본 엄마들은 물론이고 어떻게 해서든 경험해본 엄마들 사이에는 칭찬만이 자자하네요. 인터넷쇼핑몰에서의 사용자 평점도 5점 만점에 4.9점입니다. 그야말로 '워너비 유모차'인 셈입니다.

직장맘 최모씨(37)는 "약간 무겁지만, 적은 힘으로도 쉽게 밀고 다닐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핸들링과 1초 폴딩도 직접 경험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육아맘 이모씨(33)도 "키 작고 힘이 부족한 엄마들에게 정말 편리한 유모차"라며 "접고 펴는 과정도 매우 쉽고, 접었을 때 부피도 작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유모차를 사려고 할 때 남편이 비싸다고 반대했지만, 지금은 남편도 만족스러워한다"고 덧붙였습니다.

'1초 폴딩'에 편안한 승차감…"아빠들, 왜 사냐더니 이젠 좋아해"

딸아이가 태어나고 국산 절충형 유모차를 써온 기자 입장에서는 딴나라 이야기였습니다. 여러 장점이 있더라도 가격이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막연히 비싼 유모차를 자랑하려면 680만원짜리 명품 브랜드 유모차를 샀어야 한다"며 "어디까지나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쉽게 예약을 받아주는 명품 브랜드가 더 구입하기 쉽다는 설명도 뒤따랐습니다.

직장맘 백모씨(40)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친정 부모님이 어린이집 등원 등을 도와주신다"며 "기존 아이가 쓰던 유모차가 있었는데, 60대이신 부모님이 힘들어하셔서 이 제품으로 바꿨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엔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한결 밀기 편하다며 부모님이 만족해하시는 모습을 보고 바꾸길 잘했다 싶었다"고 했습니다.
부가부 유모차 '버터플라이'를 접었다 펴는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부가부 유모차 '버터플라이'를 접었다 펴는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직접 실물을 보고자 백화점 매장을 찾았습니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진열된 제품을 밀어 보고 접어도 보니 어렴풋이 제품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주행감이 부드럽고 안정적이었습니다. 한 손으로도 쉽게 방향을 전환하며 밀 수 있었고 1초 폴딩에는 과장이 없었습니다. 유모차는 다 비슷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고쳐야만 했습니다. 아빠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첨언한다면 3기통 경차 승차감과 8기통 세단 승차감 정도의 차이라고 할까요.

기자는 아이가 태어날 때 산 국산 절충형 유모차와 아내의 지인에게 물려받은 수입 휴대용 유모차를 써봤습니다. 국산 절충형 유모차는 주행감이 묵직하고 부드럽지만, 무거운 탓에 아내가 쓰기 어려워했습니다. 가끔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인도를 지날 때는 유모차가 차도 쪽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팔에 힘을 가득 줘야 했습니다.

딸아이가 어느 정도 큰 뒤 쓰기 시작한 가벼운 휴대용 유모차는 아이가 떼를 쓰거나 할 때마다 이리저리 휘청였습니다. 바퀴는 툭하면 털털대며 진동이 생겨 조향이 어려웠죠. 낭창대는 프레임은 힘을 제대로 받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부가부 버터플라이는 가볍지만 단단해 두 제품의 장점이 모였더군요.

제품의 높은 인기에 대해 매장 관계자는 "고객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입고일 즈음이면 문의 전화가 쏟아져 업무를 볼 수 없다"고 행복한 비명을 질렀습니다. 마침 매장을 찾은 다음 날이 제품 입고일이라고 했습니다. 인터뷰 중에도 계속해서 예약 전화가 들어오는 중이었습니다. 물론 직원들은 이미 마감됐다는 설명을 연신 했습니다. 다음번 제품 입고는 내년 1월이라고 하네요. 그나마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고도 했습니다.
육아용품 박람회에서 방문객들이 유모차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육아용품 박람회에서 방문객들이 유모차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협찬 거의 없는 유모차…해외직구 장점도 적어

이쯤되면 부가부 홍보대사가 된 것 같습니다. 참고로 부가부는 연예인을 비롯해 일반적인 협찬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반대로 연예인이 협찬을 원하는 경우는 있었다는 뒷얘기가 있네요. 그만큼 인기라는 얘깁니다. 당연히 이 기사도 협찬이 없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단점은 사기 어려운 제품라는 겁니다. 해외 제품이니 직접구매를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기에 매력이 적다고 합니다. 직장맘 최씨는 "단순 표기 가격은 직구가 저렴하지만, 직구에는 관세와 배송료 등이 추가로 붙고 국내 정품은 스마트스토어 할인이나 백화점 상품권 등을 이용할 수 있어 가격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 직구를 하면 AS 비용도 추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부가부 유모차는 사용하다 앞바퀴가 고장 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수리하려면 바퀴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20만원대에 달한다. 정품 등록 고객은 4년 내 무상으로 수리해주지만, 직구 고객은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취재를 이어가며 딸아이가 지금 쓰고 있는 유모차 생각이 났습니다. 아이가 크면서 신생아 시절부터 쓰던 절충형은 점차 사용이 어려워졌습니다. 최근에는 언덕을 오르다가 길이 조절이 가능한 손잡이 한쪽이 덜컥 밀려들어 깜짝 놀란 일도 있었습니다. 결국 기자도 예약을 해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매장 직원은 "예약자가 많아 몇 달을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다"며 "그래도 아이가 7세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나온 제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마냥 기다리다 정말 일곱살에 받는다면 큰일이겠죠. 그럼에도 대기자 명단 끄트머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좋다는 건 모든지 해주고 싶은 부모 마음은 다 같은가 봅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