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콩나물시루인데 대책 없이 시행 황당"…출근길 혼란 우려
"고속도로 입석 운행 아찔…안전 생각하면 준법 운행 불가피" 의견도

"증차도 안 하면서 입석 금지만 시행하면 어떻게 합니까.

직장인들 단체로 지각하게 생겼네요.

"
"입석 중단 사유가 10·29 참사와 관련해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데, 배차 늘리고 전세버스 동원하면 출퇴근길 교통체증은 더 늘어날 겁니다.

"
KD운송그룹 계열 경기지역 버스업체가 오는 18일부터 '입석 승차 중단'을 예고하면서 광역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경기도민들이 SNS에 올린 글들이다.

광역버스 '입석 중단' 이틀 앞두고 출퇴근 경기도민들 '발 동동'
16일 경기도에 따르면 KD운송그룹 계열 13개 업체에서 14개 시군에 걸쳐 운행하는 광역버스는 112개 노선에 1천123대로, 도내 전체 광역버스 220개 노선에 2천93대의 절반을 넘는다.

이 때문에 당장 매일 광역버스를 타고 경기~서울을 오가는 승객들에게 불똥이 떨어졌다.

온라인상에는 입석 중단 조치를 앞두고 출퇴근길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반응이 수일째 이어지고 있다.

광역버스 '입석 중단' 이틀 앞두고 출퇴근 경기도민들 '발 동동'
경기 광주시민들이 활동하는 한 온라인 카페에는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입석 제한이 시행되는 노선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들은 정보를 공유해달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가뜩이나 교통 문제가 심각한 지역인데 입석을 막으면 어떻게 하느냐" 등 댓글 10여 개가 달렸다.

용인지역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입석 중단 조치에 반발하는 네티즌들이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사이트에서 교통불편 신고를 접수하자고 독려하며 링크를 공유하기도 했다.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사이트 교통불편 신고란에도 반발하는 글이 수십 개 올라와 있다.

성남 분당에서 서울 광화문 출퇴근하는 권모(55) 씨는 연합뉴스에 "같은 노선에 서울시 업체 버스가 있긴 하지만, 경기도 업체가 입석 금지하면 승차난이 심화할 것"이라며 "당장 모레인데 출근 시간을 앞당겨야 할지, 아니면 버스 대신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매일 1007번 버스를 타고 수원역에서 성남 판교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서모(32) 씨는 "출근 시간대에는 입석을 허용해도 버스 안이 콩나물시루처럼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차는데 덜컥 입석을 금지한다니 황당하다"며 "적어도 출퇴근 수요가 많은 구간에 대해서는 반드시 증차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양주에서 서울 잠실역환승센터까지 M2323번 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 이모(28) 씨는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다른 버스의 입석이 중단되면 탑승하지 못한 사람들이 내가 이용하던 M버스로 몰리진 않을까 걱정"이라며 "가뜩이나 서울로 오가는 통근길은 고행길인데 큰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경기도에는 이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

입석 중단에 따른 공급 부족을 채우려면 증차뿐인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광역버스를 증차하려면 정부와 지자체 예산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

증차가 되더라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수준으로 버스운전 기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정과 인력 여건이 된다 해도 도로 인프라의 한계를 고려하면 무작정 증차만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당장은 불편해도 안전을 고려하면 입석 승차를 금지하는 '준법 운행'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남에서 서울 잠실까지 9302번 버스를 이용하는 이모(32·직장인) 씨는 "불편이 커질까 걱정되지만, 안전 문제만 생각하면 입석을 금지하는 게 옳다"고 했다.

한 SNS 이용자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승용차는 시내 구간에서도 전부 안전벨트를 착용하는데 고속도로 달리는 버스에서는 안전벨트는 고사하고 서서 탄다"며 "위험천만한 아이러니"라고 했다.

광역버스 '입석 중단' 이틀 앞두고 출퇴근 경기도민들 '발 동동'
1990년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띠가 의무화된 데 이어 2012년과 2018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과 '도로교통법'이 각각 개정돼 대부분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를 경유하는 광역버스는 입석이 금지됐다.

광역급행형 시내버스와 시외버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제17조의2에 따라 좌석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됐고, 직행좌석형 시내버스는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22조에 따라 고속도로 운행 시 승차정원을 초과할 수 없다.

이미 도내 광역버스 45개 운송업체 중 KD운송그룹을 제외한 업체들이 고속도로 운행 노선에 대한 입석 금지를 원칙적으로 시행 중이다.

이번 입석 중단 조치로 단기적으로는 입석률 3%에 해당하는 약 3천명이 탑승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경기도는 예상했다.

특히 출근 시 입석률이 4.3%로 약 2천300명으로 차지하고 있어 출근길 큰 혼란마저 우려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와 서울시, 경기도는 17일 대책 회의를 열어 예비차와 전세버스 투입 등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당장 18일부터 발생할 버스 승차난의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전세버스와 예비차를 투입해도 당장은 입석 중단의 절반 수준만 채울 수 있다"며 "각 시군과 버스업체를 통해 입석 승차 중단을 알려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