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회사 자체가 미생(未生)에 가깝습니다. 바로 다음달 생존할 수 있느냐를 놓고 고군분투하는 곳이죠. 매달 월급을 줄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만화 ‘미생’의 열다섯 번째 책을 4년 만에 출간한 윤태호 작가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생 시즌1이 대기업이란 조직 안에서 개인의 생존을 그렸다면 시즌2는 중소기업을 무대로 회사의 생존을 다룬다”며 “시즌1보다 무대는 작아졌지만 개념은 더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미생은 바둑 용어다. 삶과 죽음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의 돌을 말한다. 완전히 죽은 돌인 사석(死石)과 달리 완생(完生)할 여지가 남아 있다.그는 현재 카카오페이지에 미생 시즌2를 연재하고 있다. 이번에 책으로 엮여 나온 것은 15권이다. 시즌1은 1~9권이다. 시즌2로 따지면 여섯 번째 책이다. 시즌2는 대기업이던 원인터내셔널에서 정규직 사원이 되지 못한 장그래가 오상식 과장 등이 세운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이야기다.2013년 시즌1을 끝낸 그는 2014년 드라마 미생이 방영된 다음해인 2015년 시즌2 연재에 나섰다. 하지만 2018년 돌연 연재가 중단됐다. 건강을 위해 운동하다 팔꿈치 인대를 다친 탓이었다. 2021년 연재를 재개해 내년 여름 완결을 앞두고 있다. 미생은 단행본으로 지금까지 250만 부 넘게 팔렸다.시간이 많이 흐른 탓에 어려움도 있다. 윤 작가는 “회사 인테리어도 너무 세련돼졌고, 상사가 호통치는 것도 거의 사라졌다”며 “시즌2에 만화적 과정을 넣어 한 임원이 서류를 공중에 날리는 모습을 그렸더니 ‘요즘 이런 회사가 어디 있냐’, ‘이런 것 보고 따라 하는 임원이 있을까 봐 겁난다’는
법정스님 제자 정찬주 장편소설…"불교를 세계적 종교로 만들었다" 인도에 대제국을 건설하고 불교 확산에 공헌한 아소카왕의 일대기를 담은 장편소설 '아소까대왕' 1∼3권(불광출판사)이 출간된다. 기원전 4∼2세기 고대 인도를 지배한 최초의 통일 왕조인 마우리아 왕조의 제3대 지배자 아소카왕이 주된 통치 수단을 무력에서 '담마'(Dhamma, 붓다의 가르침·법)로 전환하는 과정 등에 주목한 작품이다. 법정스님의 재가 제자로 불교 관련 소설과 산문집을 여럿 출간한 정찬주(70) 작가가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을 버무려 아소카왕의 삶을 재구성했다. 아소카는 이복형제 왕자 99명을 직간접적으로 죽이고 왕위에 올랐으며 반대파 신하 수백명을 숙청한 '피의 군주'였다. 그는 칼링가를 정복해 조부이자 마우리아 왕조의 시조인 찬드라굽타 시절부터 이어진 제국 건설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이후에는 칼을 앞세우는 대신 붓다의 가르침을 널리 전파하는 이른바 담마 통치로 전환한다. 철권 통치자였던 아소카왕이 전쟁의 참혹함을 깨닫고 극적으로 탈바꿈한 것이 소설의 모티프가 됐다. 정 작가는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생명이 경시되고 평화와 반대되는 길로 가고 있다. 개인이나 국가의 이기주의로 공존을 파괴하는 시대"라고 현대사회를 진단하고서 아소카의 통치 철학이 "21세기 사상의 대안도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집필 동기를 전했다. 그는 '아소까대왕'에서 칼링가국 정벌 전투를 끝낸 아소카왕이 여기저기 널린 찢긴 시신과 울부짖는 아이들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소개하고서 그가 무거운 마음으로 통치 방침 전환을 천명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김재련 변호사 "성폭력 사건은 맥락 파악이 중요" 취업 준비하던 여성 A씨는 어렵게 직장에 취업했다. 사장은 몇 차례 성적인 농담을 건넸고, A씨는 항변했다. 사장은 이에 앙심을 품고, A씨가 실수할 때마다 과한 질책과 비판을 일삼았다. 결국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한 A씨는 회사를 그만뒀다. 그러나 잠자리에 누우면 억울함이 치솟았다. A씨는 '사장이 성희롱했다'고 뒤늦게 밝혔으나 자신의 증언을 빼고는 증거가 없었다. 이번에는 사장의 반격이 이어졌다. 그는 업무능력이 형편없어 야단쳤더니 A씨가 억하심정에 허위 주장을 하며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낮은 업무평가서, 업무 지적을 하며 야단치는 장면을 목격한 직원들의 사실확인서, A씨가 저지른 실수가 담긴 보고서 등 사장의 주장을 입증하는 증거는 차고 넘쳤다. A씨는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전락했다. 지난 20년간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의 사건을 맡아온 김재련 변호사는 신간 '완벽한 피해자'(천년의상상)에서 이 같은 예를 들며 성폭력 사건은 애당초 객관적, 물리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게 특징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성인지감수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을 맡기도 했다. 저자에 따르면 성인지감수성이란 성과 관련된 사건을 상담하거나 수사하거나 재판하는 사람은 특정 단어, 특정 장면을 근거로 판단하지 말고,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된 '앞뒤 맥락'을 꼼꼼히 살펴보는 태도를 의미한다. 요컨대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고 세세히 살펴서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