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탐구·사회학적 방법론 결합한 작품 선보여
임신중절 경험 다룬 '사건', 베네치아 황금사자상 '레벤느망' 원작
논쟁적 작가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자전소설 대가 에르노(종합)
6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아니 에르노(82)는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소설가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소신대로 자전적 소설을 쓰며 인간의 욕망과 날것의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내 프랑스의 문제적 작가로 불렸다.

특히 사회, 역사, 문학과 개인 간의 관계를 예리한 감각으로 관찰하며 지난 50년간 자전적이면서 사회학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1940년 출생한 에르노는 노르망디 이브토에서 카페 겸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성장했다.

부엌에서 몸을 씻고 마당 구석의 화장실을 사용하고 다락방에서 추위에 떨어야 하는 빈곤한 환경에서 자랐다.

사립학교에 입학하면서 부모의 투박한 일상을 깨달은 그는 부모와 심리적 단절을 하며 열등감을 학업 성적으로 보상받으려 했다.

이후 그는 루앙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하고 중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1971년 현대문학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2000년까지 문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64년 필립 아르노와 결혼해 18년간 결혼 생활을 하며 두 아들을 뒀다.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장롱'으로 등단했으며 '자전적·전기적·사회학적'인 글인 '자리'로 1984년 르노도상을 받았다.

1991년 발표한 '단순한 열정'은 에르노가 파리 주재 소련 대사관 직원인 연하의 유부남과 나눈 불륜담을 서술해 사실성과 선정성으로 윤리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은 영화로도 제작돼 2020년 칸영화제에 진출했다.

에르노는 작품마다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내면적 글쓰기를 통해 삶을 날카롭게 후벼냈다.

자전적 탐구와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결합해 성적·계급적 억압에 맞서며 프랑스 문단의 중요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 베네치아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레벤느망'의 원작 소설 '사건'에선 2000년 출간 당시 프랑스에서 불법이던 임신 중절 경험을 다뤘다.

2001년에는 '단순한 열정'의 모티프가 된 일기를 모은 '탐닉'을 출간했다.

이 일기를 쓸 당시 그는 40대의 이름난 작가였지만 적나라한 기록으로 충격을 줬다.

에르노는 "내 책에는 아무런 감정적 동요도 여성 작가에게서 기대하는 로맨스도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내 책이 외설로 치부되는 것이다.

그런 멸시와 모욕은 나를 단련시켜줄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그의 대표작으로는 '부끄러움'과 '집착', '사진 사용법'을 비롯해 대담집 '칼 같은 글쓰기', 선집 '카사노바 호텔' 등이 있다.

2003년 그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 문학상'이 제정됐으며 2008년 '세월들'로 마르그리트 뒤라스 상, 프랑수아 모리아크 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람 독자상을 받았다.

2011년 선집 '삶을 쓰다'가 생존 작가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