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커피 페스티벌’에 참여한 시민들이 서울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서 공연을 보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2019년 행사)
‘청춘, 커피 페스티벌’에 참여한 시민들이 서울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서 공연을 보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2019년 행사)
“커피는 어둠처럼 검고 재즈 선율처럼 따뜻했다. 내가 그 조그만 세계를 음미할 때 풍경은 나를 축복했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렇게 커피를 예찬했다. 누구에게나 한 잔의 커피가 위안이 되고 축복이 되는 순간이 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싶은 수험생, 중요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직장인,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이들 옆엔 커피가 있다. 우리가 커피를 단순한 음료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가을 꼭 참석해야 할 축제가 있다. 국내 최대 커피문화 축제 ‘2022 청춘, 커피 페스티벌’이다. 8일과 9일 이틀간 낮 12시부터 저녁 9시까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과 석촌호수 주변에서 열린다. 향긋한 커피와 함께 다채로운 문화 공연·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낭만적인 가을 정취, 석촌호수 마스코트 ‘러버덕’은 덤이다.

“신나게 노래하고 흔들어”

커피 마시며 즐기는 아이돌·인디밴드 공연…가을날의 문화 휴식
올해 축제의 주제는 ‘다시 꿈을 꾸다’로 정했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극복해가고 있는 바로 우리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이제부터 “걱정보다 희망을, 후회보다 도전을 이야기하자”는 취지다.

잔디광장 옆에 설치된 무대에선 신나는 공연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우선 8일 오후 2시 비보이 그룹 더구니스크루가 포문을 연다. ‘대한민국 최초 해군 출신 비보이팀’으로 불러달라는 이들은 각종 국제 대회에서 우승한 실력파다. 8일 이들의 다이나믹한 비보잉 퍼포먼스를 놓쳤다면 9일 오후 2시에도 같은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킬 아이돌그룹의 축하공연도 예정돼 있다. 8일 오후 5시15분 가수 윤종신이 키운 걸그룹 빌리(Billie)가 출격한다. 오후 6시45분에는 비비지(VIVIZ)의 공연이 펼쳐진다. 기존 여자친구 멤버 중 은하, 신비, 엄지 3명이 재데뷔한 비비지는 5개의 히트곡을 연달아 선사한다. 두 걸그룹 공연 사이에 ‘2022 청춘, 커피 페스티벌’ 개막식과 커피를 주제로 한 ‘29초 영화제’가 열린다.

9일 오후 1시 버스킹 공연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오는 게 좋다. 승혜, 타미즈, 화노 등 보석 같은 인디밴드의 리듬과 목소리가 당신의 심장을 마구 뛰게 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참석자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인도할 분리수거(BLSG) 밴드 공연이 같은 날 오후 5시 예정돼 있다. 분리수거 밴드는 현장에서 사연을 듣고 즉흥곡도 선사할 계획이다. 사연 있는 사람, 여기에선 환영받는다.

“괜찮아. 눈물 참지 마”

감성 문화 행사도 잇달아 열린다. 8일 오후 3시<읽어보시집> <너의 하루를 안아줄게>를 집필한 최대호 작가가 청춘 위로 토크쇼를 펼친다. 조각난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줄 시간이 마련된다. 9일 오후 3시에는 SNS 스타 여행작가 청춘유리(본명 원유리)가 강연자로 나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두 발이 서 있는 바로 이 길 위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개그맨 김해준 씨는 8일 오후 4시에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캐’ 카페 사장 최준으로 더 익숙한 그가 ‘본캐’ 김해준으로 등장한다. 한도 초과 수준의 ‘느끼달달함’은 잊고, 진짜 인생 이야기를 담백하게 나눠보자. 해가 지고 저녁이 되면, 잔디광장은 야외 영화관으로 변신한다. 8일 ‘어바웃타임’, 9일 ‘위대한 쇼맨’이 상영된다.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은 명작으로 골랐다.

쌀쌀한 날씨에 대비해 개인 외투와 돗자리를 준비해오면 든든하다. 깜빡 잊고 안 가져왔다면 안내소에서 담요와 돗자리를 빌릴 수 있다. 준비된 대여 물품은 400개다. ‘2022 청춘, 커피 페스티벌’에선 이 모든 게 공짜다. 비가 와도 축제는 열린다.

다시 꿈을 꾸는 청춘, 만세! 몸은 안 따라줘도 마음은 청춘, 만만세!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