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하이틴 스타인 배우 이혜영 씨가 반려견을 위해 구매한 명품 강아지용 옷 사진을 SNS에 올렸다. /이혜영 SNS 캡처
90년대 하이틴 스타인 배우 이혜영 씨가 반려견을 위해 구매한 명품 강아지용 옷 사진을 SNS에 올렸다. /이혜영 SNS 캡처
430만원짜리 캐리어 가방, 150만원짜리 밥그릇, 130만원짜리 코트…. 사람이 착용하는 것도 아닌 반려동물 용품으로 누가 살까 싶은 가격대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인기를 끄는 제품들이다.

부유층과 일부 연예인들 사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반려동물 사진을 올릴 때 명품 유모차나 목줄 등 고급스러운 반려동물 용품이 함께 나오도록 하는 게 '플렉스'(과시하는 행동) 트렌드가 되고 있다. 반려동물 산업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명품업체들이 반려동물 전용 제품을 잇따라 내놓았고, 부유층이 '차별화 포인트'로 반려동물용 명품을 사들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우 이혜영씨의 구찌 의류가 화제가 됐다. 그는 불테리어 종인 반려견과 구매한 명품 의상을 함께 입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구찌 여성복은 500만~1000만원까지도 값이 나간다. 반려견 의류 역시 10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연예인들의 명품 반려동물 용품 과시는 갈수록 잦아지는 분위기다. 앞서 배우 이상아씨는 블랙 포메라니안 종인 반려견 '미뇽'과 실버푸들 종 '도로시'를 위해 구매한 명품 강아지용 유모차 사진을 SNS에 올렸다. 반려동물 유모차 브랜드인 에어버기와 고급 외제차 브랜드 랜드로버가 합작해 만든 제품으로 가격이 149만원에 달했다.
인기 배우 송혜교 씨가 자신의 반려견인 비숑프리제종 '루비'를 위해 구매한 명품들. /송혜교 SNS 캡처
인기 배우 송혜교 씨가 자신의 반려견인 비숑프리제종 '루비'를 위해 구매한 명품들. /송혜교 SNS 캡처
펜디가 판매하는 반려동물용 이동가방 가격은 300만원이 넘는다. 대형 반려견 침대도 2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펜디의 이 제품들은 배우 송혜교씨의 반려견인 비숑프리제종 '루비'가 즐겨 사용한다. 송씨는 SNS에 루비의 펜디 코트와 이동가방을 올린 적 있다. 루비가 걸친 명품 제품 가격을 합치면 400만원가량 된다.

코로나19 이후 명품 소비층이 크게 늘면서 희소성이 줄자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유명인들이 반려동물 명품으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

반려견 명품 용품은 직접 착용하지 않기 때문에 어지간한 재력이 아니고선 선뜻 구매하기 어렵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명품 소비가 전 세대에 걸쳐 나타나면서 기존 럭셔리 제품 소비층이었던 부유층들은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일반인들이 쉽게 구매하지 못하는 제품을 위해 지갑을 열고 있다"며 "반려견 용품도 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용품 가격이 수십만~수백만원에 달하지만 이미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게 명품업계 설명이다. 명품 브랜드들은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루이비통은 436만원짜리 도그 캐리어(반려견용 이동장)를 내놨다. 모노그램 캔버스 소재에다가 천연 소가죽을 트리밍한 디자인으로 내부엔 푹신한 카페트 매트가 깔렸다.
루이비통이 내놓은 애완견용 이동장. /루이비통 홈페이지 캡처
루이비통이 내놓은 애완견용 이동장. /루이비통 홈페이지 캡처
루이비통은 반려동물 상품을 꾸준히 내놓는 명품 브랜드로 꼽힌다. 반려견 이동장 외에도 42만원짜리 개목걸이나 51만~60만원짜리 목줄도 함께 판매 중이다. 에르메스 역시 반려견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바구니를 225만원에 선보였다. 사료 그릇은 153만원, 천연 굴레 가죽 소재로 만들어진 반려견 목걸이는 80만원대에 육박한다.

구찌는 아예 '펫 컬렉션'을 선보였다. 구찌 로고 장식이 더해진 목걸이나 하네스, 가죽 개 줄 등 액세서리는 물론 구찌의 프린트로 꾸며진 먹이 그릇과 커버, 분리되는 세라믹 그릇과 케이스, 매트 등이다. 반려동물을 위한 1100만원 대 미니 카우치(소파) 등 집 꾸미기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들도 함께 출시됐다.

명품 브랜드가 애견 의류와 액세서리를 내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식품 제외 반려동물 제품 세계시장은 2020년에서 2025년 사이에 100억달러(약 12조9300억원) 이상 성장해 368억9000만달러(약 47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식품 포함 전 세계 반려동물 시장은 2025년까지 2700억달러(약 350조8600억원)로 성장할 것이며 이중 럭셔리 부문은 270억달러(약 35조568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봤다.
구찌가 내놓은 애완견용 울 스웨터. /구찌 홈페이지 캡처
구찌가 내놓은 애완견용 울 스웨터. /구찌 홈페이지 캡처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약 15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0%에 달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9000억원 수준에서 2020년 3조4000억원으로 늘었으며 2027년엔 6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코로나19 유행 전과 비교해 소비 침체가 두드러지면서 명품 시장도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반려동물 시장은 상승세"라면서 "2인 가족·싱글족의 증가로 애완견을 키우는 가정이 늘고 있으며 시장 자체도 고급화되는 추세라 프리미엄 애견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