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맥스가 만든 ‘왕좌의 게임’의 속편 ‘하우스 오브 드래곤’.  HBO 제공
HBO맥스가 만든 ‘왕좌의 게임’의 속편 ‘하우스 오브 드래곤’. HBO 제공
폭발적인 인기를 끈 전작의 명성을 잇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은 혹평에 시달리다 쓸쓸하게 종영한다. 하지만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HBO맥스의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다르다. ‘TV 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전작 ‘왕좌의 게임’에 뒤지지 않는 몰입감을 선사해서다. 전작의 장점을 그대로 안은 채 화려함과 웅장함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전 세계에 방영된 이 작품은 국내에선 ‘토종 OTT’ 웨이브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총 10부작으로 현재 6회분까지 공개됐다. 월요일마다 한 회씩 방영된다. 작품은 조지 R.R.마틴의 소설 <불과 피>를 원작으로 한다. <불과 피>는 왕좌의 게임의 원작이 된 판타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의 외전이다. 이 작품도 왕좌의 게임 프리퀄(이전 이야기를 담은 속편)에 해당한다.

왕좌의 게임은 그야말로 ‘역대급 드라마’다. 미국 방송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에미상을 47개나 받았다. 마지막 에피소드 시청자는 1930만 명에 달했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방영 전부터 이런 후광 효과를 누렸다. 공식 예고편 조회 수가 1900만 회에 달하더니, 공개 첫날 미국에서만 1000만 명이 시청했다. 이 덕분에 방영과 동시에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이 호평받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돈을 많이 들였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의 회당 제작비는 270억원으로, TV 시리즈 역대 최고액이던 왕좌의 게임 시즌8의 회당 제작비(170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촘촘하게 짠 스토리도 강점이다. 왕좌의 게임이 스타크·타르가르옌 등 7개 가문이 철왕좌를 차지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그보다 200년 전 타르가르옌 가문에서 벌어진 왕권 다툼을 다룬다. 한 가문에서 벌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암투를 흥미진진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리퀄인 만큼 전작의 남성 중심 사회는 그대로 가져왔다. 타르가르옌 가문에서 그동안 남성만 왕위에 올랐다. 하지만 아들이 없는 왕은 딸 라에니라를 후계자로 지명한다. 그런데 왕이 재혼하며 아들 아에곤 2세가 태어난다. 비극은 그렇게 시작된다. 이후 라에니라, 아에곤 2세, 왕의 동생인 다에몬 세 명이 치열한 후계 경쟁을 벌인다.

이 드라마의 백미는 당찬 여성 캐릭터다. “남자들은 대륙을 전부 불태워서라도 너를 왕좌에 앉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게 이 세계의 질서다”라고 말하는 고모에게 라에니라는 답한다. “그렇다면 내가 여왕이 돼서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겠다”고.

아에곤 2세의 어머니이자 한때 라에니라의 친구였던 알리센트의 캐릭터도 돋보인다. 작품의 제작총괄을 맡은 라이언 콘달은 “라에니라와 알리센트가 남성 중심 정치판에서 성장하는 이야기”라며 “이들은 각자 자신들의 방식으로 가부장적 시스템을 이겨낸다”고 설명했다.

판타지적인 요소도 전작을 능가한다. 타르가르옌 가문 사람들이 용을 다루는 능력을 갖고 있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용을 대거 투입했다. 전작엔 3마리가 전부였지만, 이번엔 17마리가 나온다고. 타르가르옌 가문 역사상 가장 치열한 왕위 쟁탈전인 ‘용들의 춤’ 전쟁도 나올 예정이다.

당황스러운 부분도 있다. 6회에 이르러 라에니라와 알리센트 두 명의 배우가 교체된다. 라에니라는 밀리 올콕에서 에마 다시로, 알리센트는 에밀리 케리에서 올리비아 쿡으로 바뀐다. 10년이 흘러 본격적인 왕권 다툼이 시작됐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5화까지 나온 배우들이 뿜어낸 매력을 감안할 때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전작처럼 선정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많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