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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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만달러(약 229억원). 지금까지 가장 비싼 값에 팔린 바이올린 ‘과르네리 델 제수 비외탕’의 가격이다. 바이올린의 나이가 281살(1741년산)이다. 300살을 넘긴 1721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레이디 블런트’는 1590만달러에 새 주인을 찾기도 했다.

현대에 제작된 일부 바이올린도 수억원을 호가하지만 18세기 명품 바이올린 가격에는 미치지 못한다. 오래된 바이올린일수록 비싼 이유는 뭘까. 대부분의 바이올리니스트는 “오래된 바이올린은 소리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연주자의 실력만큼 악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가운데는 17세기 전후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바이올린을 구입하거나 빌려서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300년 된 바이올린이 수백억원에 팔리는 까닭?
바이올린 최고 브랜드 가운데 하나는 스트라디바리우스다.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도시 크레모나에서 현악기를 제작한 스트라디바리 가문, 그중에서도 명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바이올린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만의 독특한 목재 처리와 디자인 등이 빚어내는 특유의 소리가 일품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500~600점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르네리 가문의 바이올린도 가치가 높다. 스트라디바리 가문과 같은 시기에 같은 마을에서 바이올린을 제작한 가문이다. 과르네리의 바이올린 가운데는 바르톨로메오 주세페 과르네리가 만든 것이 가장 유명하다. 그가 만든 악기는 150여 개밖에 남아 있지 않아 희소성이 높다. 화려한 연주 기술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리는 니콜로 파가니니가 가장 아낀 악기가 과르네리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의 스승과 제자로 각각 잘 알려진 아마티와 과다니니 가문의 바이올린도 명품으로 꼽힌다.

이들 바이올린은 밀도가 높은 단풍나무를 사용해 소리가 좋다고 한다. 악기를 만들 때 유럽은 소빙하기를 거쳤는데 추운 날씨 때문에 단풍나무의 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더 좋은 재료와 정교한 기술을 사용한 현대 바이올린의 소리가 더 좋을 수 있지 않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프랑스의 한 연구소에서 실시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선 현대에 제작된 바이올린의 소리가 좋다는 연주자나 청중이 더 많았다고도 한다.

하지만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중요한 무대와 콩쿠르를 위해서 오래된 명품 악기를 찾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악기에 녹아든 수백 년의 역사와 손때가 설명하기 어려운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