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갠더 /사진=한국문학번역원
포레스트 갠더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게 시(詩)는 익숙한 곳에서 새로운 걸 발견하는 일이에요. 그래서 최근 사막에 대한 연작 시를 쓰고 있습니다."

2019년 시 분야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시인 포레스트 갠더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갠더의 고향은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 그는 "나는 사막에서 태어나 자랐다"며 "고요한 사막은 마치 작가를 위한 빈 종이 같다"고 했다. 대학에서 지질학을 전공한 그는 고비, 사하라 등 사막을 여행하며 시를 써왔다.

"집중할수록 많은 게 보이죠. 사막은 언뜻 보기엔 조용하지만, 저는 거꾸로 사막에 얼마나 많은 색깔, 생명, 소리가 있는지에 대해 쓰려고 해요."

그가 보기에 사막은 인류의 새로운 숙제이기도 하다. 그는 "고비 사막이 지구 온난화 때문에 확장되고 있다"며 "사막화는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가난한 자들이 더 큰 굶주림에 직면하게 된다"고 했다.

'퓰리처상' 포레스트 갠더가 꼽은 '미국 詩의 시작' [작가의 책갈피]
갠더가 한국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도 '오래된 책이지만 새롭게 읽히는 책'이다. 바로 1855년 발간된 월트 휘트먼의 시집 <풀잎(leaves of grass)>이다.

출간 당시만 해도 낯설고 받아들이기 힘든 시였다. 휘트먼은 자신이 쓴 시를 묶어 형제들에게 보여줬다가 "읽을 가치가 없다"는 혹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비로 책을 낸 이후 사망하던 해인 1892년까지 약 4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끊임없이 수정했다.

휘트먼의 시가 기념비적인 건 그가 당대 주류 가치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휘트먼 시의 주요 주제는 인간의 평등과 자유다. "나는 나 자신을 찬양한다"고 시작되는 대표작 '나 자신을 위한 노래'는 민주주의를 아름답게 표현한 시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진정한 미국인의 이름을 갖게 된 첫 번째 시인"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포레스트 갠더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포레스트 갠더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갠더는 "휘트먼은 미국 시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시인"이라며 "모두가 운율(rhyme) 중심으로 글을 쓸 때 시를 확장했고,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생기기도 전에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시 '직업을 위한 노래'에서 휘트먼은 말했다. "아내ㅡ그녀는 남편보다 결코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딸-그녀는 아들과 마찬가지로 정당하다"

오늘날에도 미국인들에게 널리 사랑 받고 있다. 영화 '죽은 시인들을 위한 사회'에서 학생들이 외치는 "오 캡틴, 마이 캡틴"은 휘트먼의 시 중 일부다.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도 휘트먼의 시집이 등장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