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마포아트센터 듀오콘서트 '도플갱어'…한 가곡 나눠 부르는 이색 시도
사무엘 윤 "20년 후배에게서 내 모습 보여 기획…클래식 대중화 돌파구 됐으면"
서로의 '도플갱어'로 만난 사무엘 윤·김기훈 "한 몸 되어 노래"
"노래 속 시어를 통해 같은 호흡을 느끼는 것, 나이 차와 전혀 관계없이 가능한 일이죠. 시어에 대한 소중한 생각이 공유되는 순간 스무 살 남짓 차이가 나는 우리가 서로의 '도플갱어'가 될 수 있었습니다.

"(사무엘 윤)
19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두 성악가 사무엘 윤(50)과 김기훈(31)이 한 무대에서 만난다.

사무엘 윤과 김기훈은 27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열리는 듀오 콘서트 '도플갱어' 무대에 오른다.

지난 20일 개막해 11월 24일까지 이어지는 마포아트센터 'M클래식 축제'의 일환으로 열리는 공연이다.

'도플갱어'는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타인은 볼 수 없지만 본인 스스로 자신과 똑같은 대상(환영)을 보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지난 23일 오후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사무엘 윤과 김기훈은 같은 곡을 나눠 부르는 서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고 했다.

"각자 잘하는 오페라 아리아 곡이나 혼자 부르는 가곡으로만 꾸미는 전형적인 형식에서 탈피한 공연"이라고 소개한 김기훈은 "한 가곡을 함께 부르며 서로를 통해 나의 내면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로의 '도플갱어'로 만난 사무엘 윤·김기훈 "한 몸 되어 노래"
베이스 바리톤과 바리톤. 음역대가 낮은 두 성악가의 합동 무대는 흔치 않은 시도다.

해당 음역대를 위해 쓰인 이중창 곡의 선택지도 많지 않다.

두 사람은 기존에 있는 이중창 곡을 부르는 대신, 주로 혼자 부르는 가곡을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새로운 방식을 택했다.

슈베르트의 '도플갱어'부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내일'까지, 총 8개의 독일 가곡을 구절을 주고받거나, 동시에 부르는 등 무대 위에서 서로의 도플갱어가 된다.

이번 공연을 직접 기획한 사무엘 윤은 "기훈이와 내가 20년이라는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에서 '도플갱어'라는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무대 위에서 한 몸처럼 부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의 '도플갱어'로 만난 사무엘 윤·김기훈 "한 몸 되어 노래"
가곡이 스토리텔링의 수단이 되는 것 역시 이번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시도다.

8개의 가곡은 절망에 빠진 한 남자가 희망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한 편의 이야기로 엮인다.

사무엘 윤은 "정적인 가곡을 동적인 오페라처럼 만드는 시도"라고 소개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 절망에 잠긴 남자는 슈베르트의 '도플갱어'를 부르며 자신의 도플갱어를 발견한다.

주인공의 절망이 더욱 깊어지고 그가 죽음과 가까워지는 과정은 베토벤의 '이 어두운 무덤에', 브람스의 '죽음은 차디찬 밤' 등으로 표현된다.

슈만의 '나는 어두운 꿈속에 서 있었네'를 부르며 이별을 받아들인 그는 슈트라우스의 '내일'을 통해 희망을 노래한다.

서로의 '도플갱어'로 만난 사무엘 윤·김기훈 "한 몸 되어 노래"
무대 위 남자는 두 사람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두 사람 모두 음악가로서 좌절의 시간을 보내고 이를 통해 더 깊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무엘 윤은 1999년 독일 쾰른 극장의 수습 단원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해 오랜 노력 끝에 세계적인 성악가로 성장했고 지난 5월에는 독일 정부가 전설적인 가수에게 수여하는 '궁정가수' (캄머쟁어)칭호를 받았다.

그는 이번 무대를 통해 "우리에게도 희망과 기회가 찾아올 것이고, 이를 위해 놔야 할 건 놓기도 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주제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영국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한국 성악가 최초로 우승한 김기훈도 성공 가도 만을 달려온 것은 아니다.

"큰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낼 때마다 꼭 슬럼프도 함께 찾아왔다"는 그는 "음악을 그만하고 싶을만큼 큰 슬럼프를 겪고 나서 한층 더 성장하는 과정을 겪었다.

그 덕에 항상 자만하지 않고 처음처럼 음악을 대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로의 '도플갱어'로 만난 사무엘 윤·김기훈 "한 몸 되어 노래"
가곡과 이야기, 노래와 연기를 결합한 이번 무대를 통해 사무엘 윤은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의 물꼬가 터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클래식 관객 수가 줄었다는 건 대부분의 음악 관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이에요.

그 돌파구로 무작정 새로운 것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가곡을 통해서도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