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위 사회문화 분과위원…연합뉴스 다문화포럼 축하
"사회 갈등 해소 위해 필요한 것은 교육과 차별금지법 제정"
"이주여성들, 겁먹지 말고 당당하게 세상과 부딪히길"

"10년 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세상 욕이란 욕은 다 먹었을 거예요.

아마 이 기사에 달릴 댓글 중 대부분도 악플일 테죠."
이자스민(44) 국민통합위원회 사회문화 분과위원은 22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연우홀에서 열린 '2022 연합뉴스 다문화 포럼'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말을 안 하면 아무도 다문화나 이주민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 곳곳에 깔린 차별을 지적하고, 개선하기 위해 기죽지 않고 열심히 발언을 이어갈 것"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이자스민 "온갖 비난서 버틴 10년…차별해소 노력 멈추지 않아"
이 위원은 한국에 뿌리를 내린 지 20년이 지났다.

1996년 한국인과 결혼해 2년 후 우리 국적을 취득했다.

특히 2012년에는 결혼이주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해 다문화 가정의 정착을 위해 힘써왔다.

남편과 사별한 후 12년이란 세월 동안 이 위원이 홀로 키우던 장남과 막내딸은 어느새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장성했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 모두 한국인으로서 각자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제 너희 다 키웠으니 '엄마도 좀 살자'고 농담하곤 한다"고 웃었다.

7월부터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의 사회문화 분과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그는 "우리 사회 갈등 해결이 목적인 이 조직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국가의 의무란 그 누구라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민청 설립을 비롯해 다문화정책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 폐지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지금이야말로 선주민과 이주민 간 갈등을 해결하고, 차별을 철폐하는 방안을 세울 적기라고 봤다.

이를 위해서 중요한 것은 '교육'과 '차별금지법 제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차별의 정의와 다문화 이해 교육 등을 정규 교과 내용에 포함하고, 교사나 공무원 등이 관련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방송이나 각종 정책 등 일상 곳곳에서 차별이 잇따르는 큰 원인은 결국 '무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차별과 혐오 발언은 무엇이며, 왜 잘못된 일인지 알아야 반복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는 "이는 이주민만이 아닌 선주민에게도 꼭 필요한 교육"이라며 "그 누구도 차별의 가해자나 피해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만 해결할 수 있는 어려운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시민단체, 학계 등 각 분야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며 "관련 법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보호를 받지 못한 애꿎은 희생자가 나오는 일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모든 분야에서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자는 취지를 담은 차별금지법은 17대 국회에서 노무현 정부의 정부안으로 발의된 후 현재까지 여러 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 회의를 열어 참여 위원 만장일치로 차별금지법 청원의 심사기한을 2021년 11월 10일에서 2024년 5월 29일로 연장했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차별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고, 문제의식이 높아지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이 위원은 분석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나설 때면 아이들은 열려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안도합니다.

잘못된 행동임을 알려주면 '내가 틀렸구나, 앞으로 조심해야겠다'며 자성을 하거든요.

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죠."
희망적인 면은 또 있다.

댓글 창에서 엿보이는 변화의 조짐이다.

그는 "내 기사에 달린 댓글은 다 읽고 있는데, 조금씩 격려가 늘고 있다"며 "악플 100개 중 선플 한 개만 발견해도 지금 일을 계속 이어갈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비난하는 사람들은 얼마 안 된다고 맘을 다잡고 있다"며 "사실 (악플에) 많이 단련된 상태"라고 웃었다.

이주여성에게 그가 당부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겁먹지 말고, 집 밖에 나가서 세상과 당당하게 부딪히세요.

같이 섞이고 만나야 오해도 풀리고, 가까워집니다.

이 사회에는 당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