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침수지역, 항구대책 못 만들면 주민 이주"
도시우회 배수터널·차수벽 등…포항시 3조 투자 태풍 대책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가 난 경북 포항시가 3조3천억원을 들여 재난 기반시설을 확충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20일 시청에서 언론 브리핑을 통해 "기후변화 시대에, 잦아지고 강력해지는 재난에 근본적으로 대비함으로써 시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포항시는 가장 먼저 100억원을 들여 안전도시 전환을 위한 안전진단과 방재 종합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포스코 등 철강공단 기업과 함께 종합방재 계획을 수립하고 최근 재난상황에 맞는 설계기준을 마련한다.

또 5천470억원을 투입해 냉천, 칠성천 등 지구단위 종합복구계획을 세워 하천 범람을 막는다.

대송면, 청림동, 동해면 등 상습 침수지역에 대한 정밀진단과 복구계획을 세우고 항구적 침수예방이 불가능하면 주민을 이주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시는 1조3천억원을 들여 북구와 남구에 외곽 해안지역으로 빗물을 배출하는 도시 우회 대배수터널을 설치하기로 했다.

형산강에 유입되는 빗물을 분산함으로써 도심과 공단 침수를 막겠다는 것이다.

또 3천억원을 들여 도심 저류지를 확충, 빗물 수용 능력을 높이고 20년 빈도(시우량 60㎜)로 설계된 빗물펌프장 15곳을 100년 이상 빈도(시우량 80㎜)로 성능을 강화한다.

1조2천억원의 예산으로 칠성천과 냉천, 연안, 형산강 주변과 국가산단 침수를 막기 위한 차수벽을 설치할 계획이다.

시는 시민 안전중심 제도개선에 나서 안전도시위원회 및 전문자문단을 구성하고 불합리한 피해구제 제도를 개선하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또 지하주차장 등 침수 취약지역 예방시설 설치 의무화 조례를 추진하는 등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포항을 비롯해 울산, 부산 등 기후위기에 취약한 해안도시에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을 건의하기로 했다.

일련의 계획을 세우고 기반시설을 갖추는 데 드는 비용은 총 3조3천570억원이다.

시는 2023년까지 계획을 세우거나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준비기간으로 삼고 2025년까지 도심 저류지를 조성하거나 빗물펌프장을 개선하며 2035년까지 우회 대배수터널과 차수벽을 설치할 방침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1980년부터 1989년까지 10년간 포항에 영향을 준 태풍은 5개였으나 2012년부터 올해까지 11년간 포항에 영향을 준 태풍은 13개로 늘었다.

영향을 준 태풍 평균 강우량은 118.5㎜에서 165.0㎜로 증가했다.

30년간 전국 해수면이 9.1㎝ 상승하는 등 기후변화 영향으로 자연재난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힌남노 태풍에 따른 시내 지역 강우량은 376.6㎜였고 동해면 541.0㎜, 오천읍 509.5㎜, 대송면 453.0㎜였다.

시간당 최대 강우량은 6일 오전 5시부터 6시까지 동해면 116.5㎜, 오천읍 101.0㎜다.

이렇게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포항에서는 10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으며 최초 이재민이 1천여명 발생했다.

공공시설 피해는 1천850건, 사유시설 피해는 2만4천324건, 기업체 피해는 390곳 1조7천530억원에 이른다.

이 시장은 "과거 빈도에 의존해 미래 재난을 대비하는 방재 정책에 한계가 있다"며 "국가기간산업과 시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종합계획을 세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