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뒤 뇌 질환 진단을 받은 피해자에게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30대 남성 A씨가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보상을 둘러싼 소송에서 피해자가 승소한 판결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작년 4월 말 AZ 백신을 접종한 지 하루 만에 열이 나고 이틀 뒤에는 어지럼증과 다리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은 백신 접종자인 A씨에게 이상 반응이 발생했다고 보건소에 신고했고 추가 검사 끝에 뇌내출혈과 대뇌 해면 기형, 단발 신경병증 진단을 내렸다.

이에 A씨의 가족은 진료비 337만원과 간병비 25만원의 피해보상을 신청했지만, 질병관리청은 '질병과 백신 접종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A씨의 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촬영 영상에서 해면상 혈관 기형이 발견됐으며 다리 저림은 해면상 혈관 기형의 주요 증상인 점에 비춰볼 때 예방접종과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A씨가 낸 소송에서 재판부는 "질병과 예방접종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린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예방접종 전에 매우 건강했고 신경학적 증상이나 병력도 전혀 없었다"며 "예방접종 다음날 두통과 발열 등 증상이 발생했는데, 이는 피고가 백신 이상 반응으로 언급했던 증상들"이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