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검은 연기…깨어나 보니 벽지, 바닥 불타있어
제조사 "처음 있는 상황이라 당황"
인증기관 "종합적인 원인 분석 필요"

연결도 안 한 보조배터리가 새벽에 열이 올라 화재 직전까지 갔던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6일 A씨는 주문했던 보조배터리를 택배로 받았다.

이후 보조배터리를 추석에 맞춰 사용하기 위해 택배 상자만 열어보고 그대로 보관했다.

A씨는 8일 오후 11시부터 약 3시간 동안 보조배터리를 충전기에 연결했다.

자기 전에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 콘센트를 뽑은 뒤 거실 바닥에 보조배터리를 뒀다.

9일 새벽 4시 30분경 A씨는 부모님이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비명을 지르고 뛰어나오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OK!제보] 연결도 안 된 보조배터리에서 화재…제조사 "조사 중"
A씨는 "부모님 소리를 듣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집 안이 뿌연 연기로 가득했고 독한 냄새가 났다"고 전했다.

화재의 원인을 찾던 A씨는 바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보조배터리를 발견했다.

이미 바닥과 벽지는 새까맣게 타 있는 상황이었다.

A씨는 "부모님이 아니었다면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다"고 말했다.

[OK!제보] 연결도 안 된 보조배터리에서 화재…제조사 "조사 중"
해당 보조배터리를 만든 제조사 관계자는 "PCB(전자제품 내부에서 흔히 보는 녹색 회로판), 집적회로는 일차적인 조사 결과 문제가 없었다"며 "생산 공장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원인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동일 모델은 KC 인증까지 받은 안전성이 입증된 모델이다"라며 "20만대가 넘게 팔리면서 처음 있는 일이라 회사 차원에서도 당황스러운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제조사는 보험사를 통해 A씨가 입은 피해를 보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간 보조배터리 폭발 사고는 충전 중에 과열되거나 외부 충격으로 벌어졌다.

이번 사고의 경우 보조배터리가 충전기와 연결된 것도 아니었고 외부 충격도 없었다.

새벽이라 직접적으로 열이 가해지지도 않았다.

국립소방연구원 관계자는 "배터리는 충전이 됐다면 그 자체로 에너지를 가진 물체이므로 환경이 조성되면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이 있다"며 "배터리 자체 결함, 조립 과정 중 접지 미흡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제품에 KC 인증을 내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관계자는 "사용 환경은 어땠는지, 인증을 받은 당시와 동일하게 생산됐는지 등 종합적이고 정확한 조사를 통한 원인 분석이 필요한 사안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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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