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3년차 '팔색조' 배우…이집트 장군부터 여장 남자까지 소화
"아무리 특이한 캐릭터도 나와 공통점 있어…드라마·오페라도 욕심"
최재림 "한국서 가장 바쁜 뮤지컬 배우? 힘들기보단 감격스럽죠"
흔히 뮤지컬 연기는 과장되고 어색하다는 편견이 있다.

대화하다 말고 뜬금없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뮤지컬의 표현 방식은 코미디언들의 패러디 소재가 되기도 한다.

데뷔 13년 차의 베테랑 뮤지컬 배우 최재림의 무대는 이러한 편견을 무색하게 만든다.

뮤지컬 '아이다'의 고대 이집트 장군 라마데스, '킹키부츠'의 여장 남자 '드랙 퀸'과 같이 비현실적인 캐릭터도 그의 연기를 거치면 내 옆에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인물로 완성된다.

지난 13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난 최재림은 "뮤지컬에 등장하는 특이한 인물들도 그가 전하려는 감정은 누구나 살면서 느끼는 것인 경우가 많다"며 "이를 표현할 때 각기 다른 껍질을 쓰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뮤지컬 '킹키부츠'에 출연 중인 그는 다음 달 5일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마틸다'에서는 트런치불 교장 역을 맡아 공연과 연습에 동시에 매진하고 있다.

최재림 "한국서 가장 바쁜 뮤지컬 배우? 힘들기보단 감격스럽죠"
2009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뒤 꾸준히 활동해 온 그는 최근 2년간은 쉴 새 없이 무대에 오르며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올해는 '킹키부츠', '마틸다'를 포함해 대극장 뮤지컬만 네 작품에 출연한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바쁜 뮤지컬 배우'라는 평가에 최재림은 "다양한 작품에서 많이 찾아줘서 감격스럽고 그간 열심히 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림 "한국서 가장 바쁜 뮤지컬 배우? 힘들기보단 감격스럽죠"
그가 처음 뮤지컬 데뷔 기회를 얻고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며 다져진 가창력 덕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를 완성 시킨 건 어떤 인물이든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연기력이다.

데뷔 후 스스로 연기력의 한계를 느껴 201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진학해 연기를 공부했다.

이 기간을 거쳐 노래와 연기 모두 빠지지 않는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났다.

그는 대극장 무대를 채워야 하는 뮤지컬 연기도 힘을 빼고 전달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은 감정적으로 넘치는 장르가 맞아요.

하지만 장면에 따라 내 감정으로 객석을 채우기보다는 객석의 감정을 무대 위로 끌어와야 하는 섬세하고 친밀한 장면도 있죠. 그런 장면에서는 오히려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연기해도 충분히 전달돼요.

"
최재림 "한국서 가장 바쁜 뮤지컬 배우? 힘들기보단 감격스럽죠"
그가 최근에 연기한 캐릭터들은 서로 닮은 점이 조금도 없는 인물들이다.

'아이다'에선 사랑에 빠진 강인한 장군을 연기하고 '킹키부츠'에선 매혹적인 여장 남자를, '마틸다'에선 아이들을 괴롭히는 악덕 교장 '트런치불'로 관객과 만난다.

"'내가 겪어본 적 없는 인물인데 어떻게 연기할까'라는 고민은 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도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감정과 모습을 보이니까요.

인물이 전하려는 감정부터 정확히 생각하죠. 다만 트런치불 교장만큼은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되는 악역이라, 인물을 분석하기보다는 더 우스꽝스럽고 기괴하게 접근하려 합니다.

"
최재림 "한국서 가장 바쁜 뮤지컬 배우? 힘들기보단 감격스럽죠"
올해 JTBC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으로 처음 드라마 연기에 도전한 최재림은 앞으로도 무대와 카메라 앞을 오가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매체 연기를 통해 공연과는 다른 연기의 기술들을 터득하면 다시 무대로 돌아와서도 좋은 시너지를 낼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때 전공한 성악 무대에 대한 욕심도 여전히 남아있다.

2021년 MBN 예능 '로또싱어'에서는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를 부르기도 했다.

그는 "욕심은 있지만 성악 노래를 안 한 지 오래돼서 연습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최재림 "한국서 가장 바쁜 뮤지컬 배우? 힘들기보단 감격스럽죠"
작품을 고를 때 본인의 분량보다는 극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역할인지를 본다는 그는 함께하는 동료들이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배우로서, 그리고 최재림이라는 인간으로서 함께 일을 했을 때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관객들에겐 언제봐도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