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가 서울 역삼동 작업실에서 <먼나라 이웃나라> 집필 과정을 설명하며 웃고 있다. / 사진=구은서 기자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가 서울 역삼동 작업실에서 <먼나라 이웃나라> 집필 과정을 설명하며 웃고 있다. / 사진=구은서 기자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는 소문난 독서가다. 전 세계 각국 문화를 소개하는 교양만화 <먼나라 이웃나라>의 집필 원동력도 책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1년에 세 차례씩 해외 여행을 떠나던 그는 한국에 있을 때는 책으로 전 세계를 누빈다.

최근 <먼나라 이웃나라> 인도와 인도아대륙편 1·2권을 출간한 그를 만나 '인생 책'을 물었다. 이 교수는 망설임 없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꼽았다. "하라리의 책을 읽다 보면 너무 유식해서 짜증이 날 정도"라며 웃었다.
'먼나라이웃나라' 이원복 교수가 짜증나게 좋다는 '이 책' [작가의 책갈피]
이 책은 인간 진화의 역사를 생물학, 경제학, 종교학, 심리학, 철학 등 여러 경계를 넘나들며 생생하게 조명한 책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등 30여개국에 출간돼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메가 베스트셀러'다.

이 교수가 즐겨 읽는 만화도 궁금했다. 그는 국내 만화가로서 처음으로 인세 계약을 한 '한국 만화의 역사'다.

이전까지는 매절, 즉 그림 한 장당 얼마 하는 식으로 원고료를 정산했다고 한다. 책이 나온 이후 만화가 얼마나 흥행을 하든 만화가가 손에 쥐는 돈은 원고료가 전부였다. 이 교수는 "일반 단행본 작가에 비해 만화가를 낮춰 보던 옛날 옛적 이야기"이라며 "웹툰 강국인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웹툰을 즐겨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종이책의 문법이 더 익숙해서다. 그는 여전히 연필과 펜으로 종이에 작업을 한다. 제자들이 모인 창작집단 '그림떼'에서 종이 원고를 스캔하고 채색한다. 이 교수는 "아마도 제가 한국의 마지막 아날로그 만화가일 것"이라며 웃었다.

그런 그가 "아시아 최고 만화가"라고 평한 이는 허영만 작가다. “실사만화로서 최고”라는 허 작가의 작품 중에서는 <식객>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식객>은 대한민국 대표 요리 만화다. 맛따라 여행을 다니며 국내 방방곡곡 음식 문화를 소개한다는 점에서 <먼나라 이웃나라>와도 닮은 점이 있다.

<식객>은 2000년대 초반 신문에 연재하다가 책으로 출간됐는데, 총 27권에 달한다. 이후 이후 후속 시리즈 <식객2>도 출간됐다. 영화로 각색되기도 했다.
'먼나라이웃나라' 이원복 교수가 짜증나게 좋다는 '이 책' [작가의 책갈피]
요새 이 교수는 어떤 책을 읽을까. 그의 작업실 책상 위에는 아프리카 관련 책이 쌓여 있었다. <먼나라 이웃나라> 다음 시리즈로 아프리카편을 준비 중이라서다. 그는 "한 편을 2년에 걸쳐 쓴다면 그 중 1년은 관련 책을 읽고 자료 조사를 하는 데 투입한다"고 했다.

그는 "책, 유튜브, SNS… 세상에 정보는 넘쳐나지만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며 "정보들이 파편으로 부서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문명의 번역자' 역할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