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 라이프' 난다 작가가 워커홀릭 주인공으로 풀어낸 스토리물

이력서를 쓸 때마다 묘하게 채우기 까다로운 칸이 '취미란'이다.

지난한 학업 경쟁 속에서 내가 남들보다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는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지만, 정작 무엇을 좋아하고 즐기는지 알 기회는 적었기 때문일 것이다.

난다 작가의 웹툰 '도토리 문화센터'는 우리가 하찮게 여겨온 취미 생활에 초점을 맞춘다.

주인공인 고두리는 대기업에서 악바리처럼 일만 해온 부장으로, 취미는 비생산적이라는 굳센 신념을 지닌 인물이다.

고 부장은 도토리 문화센터 부지 위에 쇼핑몰을 짓겠다는 사장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문화센터에 수강생으로 위장 등록한다.

부지의 소유주인 문화센터 '고인 물'들에게 접근해 그들이 땅을 팔지 않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서다.

[웹툰 픽!] 대기업 부장이 문화센터에 '잠입'한 이유…'도토리 문화센터'
땅을 움켜쥐고 팔지 않는 사람들은 제각기 결핍이 있다.

성공한 여의사인 정중순은 환갑을 넘기고도 어머니의 사랑과 인정에 목말라 있다.

자신 때문에 학교를 그만둔 미술 선생님에 대한 부채감도 오래도록 떨치지 못했다.

모미란은 가부장적인 남편에게 눌려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까먹은 가정주부다.

이들은 센터 내 사군자 교실이나 갱년기 극복 수업에서 만난 아이돌 팬 친구 등을 숨통처럼 여기고 있다.

워커홀릭이었던 고 부장이 이 같은 사연이나 훈훈한 문화센터 분위기에 감화돼 회사의 명령을 거부하고 센터를 지키는 뻔하디 뻔한 전개를 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고 부장은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성공적으로 대지를 매입해나간다.

대신 땅을 판 소유주가 결핍을 메우고 문화센터 없이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다.

쇼핑몰이 세워지기 전에 고 부장이 자신의 공허함도 채울지도 관전 포인트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돌아볼 여유도 시간도 없었던 고 부장은 차츰 취미가 주는 행복감에 젖어가는 모습이 엿보인다.

난다 작가는 일상물인 '어쿠스틱 라이프'에서 선보였던 소소한 웃음 포인트와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 능력을 스토리물을 통해 십분 펼쳐놨다.

일기라기보다는 에세이에 가깝게 느껴졌던 '어쿠스틱 라이프'처럼 '도토리 문화센터'도 소소한 에피소드 장르라기에는 독자 스스로 돌아볼 만한 질문들을 여럿 던진다.

이 작품은 카카오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