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수 작가노트 '묻지 않은 질문, 듣지 못한 대답' 출간
"포기한 꿈은?"…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각예술가
"넌 꿈이 뭐니?" 아이들이 수없이 듣는 질문이다.

어른들은 "어떤 직업을 가질래?"라는 질문을 이렇게 돌려 말한다.

아무렇지 않게 던진 이 질문에 아이들은 부끄럽고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시각예술가 박혜수는 '꿈은 밝고 긍정적이어야만 한다는 것, 미래를 향해야 한다는 것, 무엇인가를 해내야 한다는 것, 부모를 기쁘게 해야 한다는 것' 등을 거둬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박혜수가 12년째 진행 중인 '대화' 프로젝트는 공공장소에서 엿들은 고등학생들의 대화에서 시작됐다.

작가가 "꿈의 본모습을 봤다"고 생각한 이들의 대화는 절반 정도는 은어와 욕이었으며 나머지 절반은 이런 내용이다.

"결국 엄마가 원하는 거 시킬 거면서, 꼭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물어. 짜증 나게…. 그냥 시키는 대로 살래. 그게 편할 것 같아. 빌어먹을"
그는 아이들을 침묵하지 않게 할 꿈에 대한 질문은 '희망으로 가득 찬 꿈'이 아니라 사실은 '빌어먹을 꿈'이 아닌지 자문하면서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당신은 어떤 꿈을 포기했나요?"
버려진 꿈에 관한 답변은 다양했다.

"꿈이라는 것을 누군가 꼭 가져야만 하는 것인지 의심하곤 합니다/ 꿈이 무엇인지도 생각할 여유도 없는 삶을 살았고 살고 있다 난 삶이 버거운 아줌마다/ 내가 원하는 것과 부모님의 바람, 그 사이의 격차/ 몇 년 전만 해도 분명한 꿈이 있었는데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명확한 꿈도 사라져버렸다/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포기한 진짜 하고 싶던 것들,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들 꿈이란 걸 가지고 사는데, 대체 어디서 그 꿈을 찾은 걸까…"
그는 이런 답변이 적힌 설문지를 모아 파쇄하고 타자기 등과 함께 미술관에 전시했다.

작가노트이자 사회학 에세이로도 읽히는 책 '묻지 않은 질문, 듣지 못한 대답'(돌베개)에서 자신의 설문 작업을 설명한다.

그는 보편적 주제를 갖고 심리적 접근 방식의 설문조사와 분석을 거쳐 다양한 예술작품들로 발표하고 있다.

이런 작품은 매우 사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왜 공공장소, 특히 미술관에서 이야기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받을 수 있다.

작가는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자신의 진심은 감추고 '사람들이'로 시작하는 이야기에 매달려왔다.

마치 자신은 그 문제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지금도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 이야기로 대변해 부분을 전체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반문한다.

이어 "사회적 문제의 원인을 내적 영역에서 발견하고 개인의 문제로 변화해 생각하도록 하고 싶었다"며 "문제의 발견은 개인의 영역이지만, 해결은 대화를 통해 공론화시켜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 대화 프로젝트의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작가가 이 프로젝트를 선보였을 때 미술계에서는 "예술적으로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고 한다.

이런 지적에 그는 "적어도 나는 내가 이해하고, 궁금하고, 말하고 싶던 것들을 가급적 내 주변을 포함한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작가에게 예술은 "어려운 예술과 미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화려한 미술관이 아니라도, 값비싼 재료들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평범함과 자연스러움"이다.

묻지 않은 질문을 던지고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의 답변들로 시각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박혜수는 15일부터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에서 개인전 '모노포비아-외로움 공포증'을 개최한다.

현대인의 사랑과 실연 뒤에 숨은 고독과 상실을 이야기하는 전시로 11월 26일까지 진행된다.

"포기한 꿈은?"…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각예술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