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성산·남원읍 '쾅∼' 소리 뒤 수백 가구 정전도

태풍 '힌남노'가 제주에 몰고 온 거대한 파도가 아파트 15층 높이의 새연교 주탑을 집어삼키는가 하면 곳곳에서 가로수가 부러지고 돌덩이와 보트가 날아다니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태풍 힌남노] 새연교 집어삼킨 파도, 해안도로에 날아온 돌덩이
5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제주 곳곳에서 최대순간풍속 초속 25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고, 시간당 10∼20㎜ 안팎의 강한 비가 내리고 있다.

태풍이 가깝게 다가오면서 제주 서귀포 해상에는 거대한 파도가 쉴 새 없이 몰아치고 있다.

서귀포항 인근 새섬에 놓인 부딪힌 파도가 높이 45m의 새연교 주탑보다도 훨씬 높게 솟구치면서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해안도로 곳곳은 파도와 함께 날아온 돌덩이들로 점령당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한 공터에 대피시켜둔 보트는 강한 바람에 인근 도로 한가운데까지 날려갔다.

제주시 아라동의 한 타운하우스에 있던 트램펄린은 인근 숲속으로 날아가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포구 해안도로와 운진항 해안도로에서는 월파 현상으로 버스 등이 다른 길로 돌아다녀야 했다.

또 강한 바람에 서귀포시 법환동 서건도 앞 가로수가 도로로 넘어져 길을 가로막는가 하면 서귀포시 동광육거리 평화로 합류 지점에서는 전선이 끊겨 도로를 침범했다.

이들 도로에서는 버스가 우회하는 등 차량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의 한 주택 지붕 위로 인근에 있던 나무가 쓰러지고, 제주시 삼도동의 한 병원 3층 유리창이 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태풍 힌남노] 새연교 집어삼킨 파도, 해안도로에 날아온 돌덩이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포구에 정박해 있던 어선 1척이 침수됐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제주시 아라동 도로에 물이 차올라 차량이 침수되면서 운전자가 고립됐다가 구조되고, 제주시 아라아이파크아파트와 이도동 제주제일중학교 인근 도로에 있는 중앙분리대가 전도돼 철거되기도 했다.

이날 서귀포시 법환동 제주월드컵경기장 인근 한 호텔에서 투숙 중인 오모 씨는 "옥상에서는 물이 넘치고, 강한 바람에 객실 유리창이 너무 흔들려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다"며 "호텔 로비 문도 위태로운 상태라 직원들이 일찌감치 문 앞에 책상을 갖다 놓았지만, 그리 안전해 보이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정전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오후 7시 17분 제주시 일도2동 지역 150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가 복구됐다.

이어 오후 8시 41분께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와 남원읍 지역 738가구에 정전이 발생했으며 아직 복구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정전 피해를 본 가구는 총 888가구다.

[태풍 힌남노] 새연교 집어삼킨 파도, 해안도로에 날아온 돌덩이
전기가 끊기자 제주지역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불편을 호소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글을 쓴 도민은 "'쾅∼'하고 큰 소리가 난 뒤 전기가 끊겼다.

", "휴대전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전이 됐다.

",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켰다"고 호소했다.

한전 관계자는 "강한 비바람에 현장에 출동해 정전 원인을 확인하고 복구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른 시간 내 복구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태풍 '힌남노'는 이날 오후 9시 기준 중심기압 940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 초속 47m의 매우 강한 태풍으로 서귀포 남쪽 약 100㎞ 부근 해상에서 시속 30㎞ 속도로 북북동진하고 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