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인 감독과 발달장애인 부모 7명 공저자…6일 서진학교서 북콘서트
다큐의 감동을 책으로…서진학교 설립 다룬 '학교 가는 길' 출간
"유토피아를 만들자는 게 아닙니다.

단지 대다수 당신에게 당연히 주어진 보통의 삶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도 대수롭지 않게 경험하면 좋겠습니다.

평범한 하루하루, 그뿐입니다.

"
공립 지적장애 특수학교인 강서구의 '서울서진학교' 설립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을 연출한 김정인(40) 감독은 5일 출간된 같은 이름의 신간 '학교 가는 길'에서 이렇게 자신의 바람을 나타냈다.

영화는 2020년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5월 개봉 후 입소문을 타면서 사회 각계에서 단체관람이 이어졌다.

누적 관객 수 3만 명을 돌파해 지난해 극장 개봉 다큐멘터리 중 최다 관객 동원작으로도 꼽혔다.

다큐의 감동을 책으로…서진학교 설립 다룬 '학교 가는 길' 출간
영화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책은 김 감독과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 7명이 함께 펴냈다.

어머니들은 2020년 3월 서진학교가 17년 만에 신규 특수학교로 개교하기까지 힘겨운 투쟁을 벌인 당사자다.

책에는 다큐멘터리를 기획한 2017년부터 제작과 배급 등 과정을 거쳐 영화 개봉 이후와 최근까지의 이야기가 담겼다.

영화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 것으로, 김 감독이 주로 쓰고 어머니들이 '기록하는 목소리'라는 형태로 이야기를 보탰다.

2017년 9월 강서지역 공립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에서 장애 아이의 학부모가 무릎을 꿇고 학교 설립을 호소한 일이 사진 한 장과 함께 알려져 화제가 됐다.

특수학교 설립이 매번 좌절돼 부모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면서 이후 서진학교 설립에 기폭제가 됐다.

김 감독은 우연히 짧은 기사를 통해 학부모들의 사연을 접했고,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안부를 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 아이의 아빠로서 그저 부끄러웠다"는 김 감독은 무작정 어머니들을 만나러 갔고, 그 길이 영화 제작의 시작이 됐다고 고백했다.

다큐의 감동을 책으로…서진학교 설립 다룬 '학교 가는 길' 출간
공동 저자인 장민희(50) 강서장애인가족지원센터 팀장은 책에서 "내가 첫 번째로 무릎을 꿇었고 엄마들이 이심전심으로 하나가 돼 무릎을 꿇었다"며 "이유를 묻는다면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뭐라도 하고 싶다'는 절박함에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게 됐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일이고, 거센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고, 그런 과정이 때론 지치고 힘들기도 했다"며 "수많은 선배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의 노력과 우리의 노력 모두가 절대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어 무척 기뻤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영화 개봉 이후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등에 휘말렸던 당시 속내도 털어놨다.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측이 상영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데 이어 주민이 영상 삭제 가처분 및 영화 배급·상영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사건은 소 취하 또는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마무리됐다.

김 감독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를 중심으로 탄원서가 돌았다.

나흘 동안 무려 6만 명 가까운 인원이 '학교 가는 길'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로 나서 주셨다"며 "감독 개인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이 땅의 발달장애인 가족을 향한 연대의 증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큐의 감동을 책으로…서진학교 설립 다룬 '학교 가는 길' 출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추천사에서 "장애 학생의 교육권을 향한 치열한 노력이 영상과 활자를 통해 널리 소개된다면, 우리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정체성이 공존하는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사 책폴은 책 출간을 기념해 오는 6일 오후 3시 서진학교 도서관에서 김 감독과 어머니 7명 등 저자들이 참여하는 북콘서트를 연다.

서진학교 관계자를 비롯해 교육계, 부모연대 등에서도 참석할 예정이다.

책폴. 424쪽. 1만9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