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문장] "의심하면서 시험 삼아 오른쪽으로 꺾는 것이나, 믿고 단호하게 오른쪽으로 꺾는 것이나, 그 운명은 똑같습니다."
나는 하루도 문학소년이었던 적이 없었다. 성인이 돼서도 그것과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그래서 김훈이라면 농구선수 김훈밖에 몰랐다. 그러다 서른을 앞두고 우연히 나와 같은 병에 걸린 남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 <인간 실격>을 읽었다. 그러곤 ‘불행이라면 나도 못지않은데. 그렇다면 혹시 나도 이런 걸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하룻강아지의 마음으로 들어선 길이 이 길이다. 말하자면 ‘의심하면서 시험 삼아’.

사실 저 말은 우라시마 다로라는 사람에게 거북이가 한 말이다. 목숨을 구해준 답례로 용궁으로 안내해주겠다면서 제 등딱지에 올라타라고 했는데, 그가 용궁의 존재를 믿지도 않으면서 시험 삼아 올라타려고 하니까. 비록 거북이의 말이지만, 맞는 말인 것도 같다. 어느 쪽이건 일단 방향을 택하는 순간, 가야 할 길은 분명하게 정해져 버리니까. 그렇다면 이제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 가다 말거나, 계속 가거나. 참고로 나는 계속 가볼 생각이다. 대신 이번에는 ‘믿고 단호하게’.

소설가 최설(2022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