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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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라면기업 농심이 추석(9월10일) 연휴 이후 라면과 스낵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가중되는 원자재 가격 부담에 1년 만에 서민식품의 대명사 라면 값이 다시 한번 오를 전망이다. 식품업계 안팎에선 이번 가격 인상을 기점으로 4분기 먹거리 가격 인상 소식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24년 만의 적자…농심, 1년 만에 신라면·짜파게티 가격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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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은 9월15일부터 라면 26개와 스낵 23개 브랜드 제품 출고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한다고 24일 밝혔다.

출고가 기준 주요 제품 가격 인상 폭은 '사리곰탕면 용기면'(15.2%)이 가장 크고 '짜파게티'(13.8%), '신라면'(10.9%)도 10%가 넘는다. 스낵 중에서는 '새우깡'이 6.7% 오르고, '꿀꽈배기' 가격도 5.9% 인상된다.

각 제품의 판매가는 유통점별로 상이하다. 대형마트 기준으로 신라면 가격은 봉지당 평균 736원에서 820원으로 오르게 된다. 지난해 8월 초 676원이던 신라면 가격은 1년여 만에 800원대로 올라섰다. 스낵 대표주자 새우깡의 경우 1100원에서 1180원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농심은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 만에 라면 가격을 올리게 됐다. 스낵 가격 인상은 올해 3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올해 4월 이후 국제 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해 원가 부담이 심화됐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농심은 "2분기 이후 국내 협력업체가 납품가를 인상하면서 제조원가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소맥분, 전분 등 대부분의 원자재 납품 가격이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면과 스낵 가격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원가 절감과 경영효율화를 추진해 원가 인상 압박을 감내했지만, 2분기 국내에서 적자를 기록할 만큼 가격 조정이 절실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 "가격 인상 4분기 반영…연간 매출총이익 500억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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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안팎에서는 농심의 가격 인상으로 올해 4분기부터 즉각적인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농심은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보다 70% 넘게 급감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해외법인을 제외한 국내 사업 영업이익의 경우 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24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격 인상으로 농심의 연간 매출총이익이 약 400억~500억원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가격 인상에 따른 이익 개선세가 4분기부터 가시화될 것"이라며 "가격 인상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 효과는 약 500억원"이라고 추산했다.

라면은 신호탄?…추석 이후 먹거리 가격 더 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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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에서는 다른 라면 기업들도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가격을 올리고 나설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는 통상 한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동종업체들이 시간차를 두고 따라 가격을 인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8월 오뚜기가 13년 만에 라면 가격을 인상한 후 다른 기업들도 줄줄이 가격을 변경했다.

한 라면기업 관계자는 "라면 가격 인상의 구체적인 시점 등이 결정된 바 없다"며 말을 아꼈으나 가격 인상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서민식품인 라면뿐 아니라 과자 등 다른 먹거리 가격도 추가 인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전방위적으로 원자재 가격 압박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롯데제과CJ제일제당, 동원F&B, 빙그레 등 식품기업과 햄버거 등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가격을 올렸으나 4분기에도 다른 식품기업의 인상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새로 등장한 복병은 원·달러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23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45원대를 돌파하변서 밀과 옥수수 등의 수입 단가 상승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 단가가 오르면 해당 수입 곡물이 주원료인 라면과 제과, 제빵 등 생산기업 부담이 커진다.

옥수수 수입 단가 상승은 사료 값 인상으로 이어져 축산 농가, 육가공품 생산기업에 부담이 된다. 이에 최근 롯데제과가 이달부터 햄 등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9% 올렸고, CJ제일제당과 동원F&B 등도 통조림햄 가격을 각각 6.7%, 6.9% 인상한 바 있다.
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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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국제 곡물가격 상승분이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입가격에 반영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가공식품 가격의 추가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의 경우 제조원가에서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3.8∼78.4%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제 밀, 옥수수, 대두 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54.2%, 17.8%, 19.1%씩 뛰었다. 이는 2020년 2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93.5%, 106.7%, 94.4%씩 상승해 사실상 두 배 수준이 된 셈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3분기 국제곡물 수입가격은 1분기보다 약 30% 추가적으로 오를 것"이라며 "하반기 가공식품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최대 우유업체인 서울우유가 낙농가에 지급하는 원유 구매가를 인상하면서 우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에선 우유로 시작해 아이스크림, 커피, 빵 등 우유가 들어가는 식품 전반의 물가를 높이는 밀크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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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