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문장]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해라."
영화로도 여러 차례 만들어진 이 유명한 소설의 배경은 1920년대 뉴욕이다. 그 시절에도 타인을 쉽게 비판하는 마음과 그에 대한 경계는 지금과 비슷했던 것 같다. 화자인 닉 캐러웨이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서 들은 충고인데, 이 말을 되새기며 자라난 닉은 모든 일에 판단을 유보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고백한다.

2020년대 한국, 누군가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그 즉시 돌을 던질 준비가 된 혐오의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하다. 마치 표적이 주어지면 자동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도록 명령어가 입력된 로봇처럼. 그렇다면 그 입력은 누가 한 걸까? 어떤 일이 벌어지면 그에 대한 평가도 판단도 비판도 너무 빠르다. 많은 종류의 혐오 문제는 이런 ‘판단을 유보하는 버릇’을 조금만 길러도 많이 해결되지 않을까. 삶의 근간을 다질 충고를 해줄 아버지가 없는 시대에서 고전의 첫 페이지를 되새겨본다.

소설가 정대건(2020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