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돈이 투입되는 오케스트라들은 한 해에 공연을 얼마나 할까. 정답은 모른다. 공연 횟수는커녕 공적자금을 받는 악단이 몇 곳인지도 모른다. 국내 주요 국공립 교향악단과 구립 오케스트라, 아마추어·청소년 오케스트라까지 더하면 50개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지자체 오케스트라의 활동을 전달받고는 있지만 체임버 등 작은 악단은 포함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저마다 기준이 달라 명확한 통계가 없다”고 말했다.서울시도 마찬가지다. 동대문구립오케스트라, 성동구립오케스트라 등 개별 구의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악단은 실태 파악이 제대로 안 된다.일본은 다르다. 30여 년 전부터 ‘일본심포니오케스트라협회(AJSO)’를 결성해 해마다 통계를 발표한다. 협회에는 38개의 회원이 속해 있으며 공연 횟수뿐 아니라 유료 티켓 판매율, 관객 수, 공연 횟수까지 공개한다. AJSO 근무 경험이 있는 한정호 에투알클래식 대표는 “일본은 도쿄에만 도쿄필하모닉, NHK교향악단, 뉴재팬필하모닉 등 세계적 악단 3곳이 있다”며 “일본이 오케스트라 대국으로 성장한 배경은 정량적인 목표를 근거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유럽 국가들도 나름의 지표로 오케스트라를 관리한다. 핀란드에서는 핀란드심포니오케스트라협회가 악단별로 프로 및 아마추어 연주자 수, 공연 만족도 등을 조사한다. 독일은 독일오케스트라연합에서 오케스트라 등급을 매긴다. 단원 수와 평균 임금 등에 따라 S부터 C등급까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서울시향, KBS교향악단, 국립심포니 등 서울 기반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는 시인이다. 20세기 미국 현대문학에 한 획을 그었다. 대표작은 <패터슨>으로 패터슨이란 마을의 역사와 인물 등을 다룬 장문의 시다. 짐 자무시 감독의 2017년 영화 ‘패터슨’에 영감을 준 시집이기도 하다.윌리엄스는 1883년 미국 뉴저지주 러더퍼드에서 태어났다. 펜실베이니아대 의대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전문의 수련을 받았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평생을 고향 러더퍼드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며 시를 썼다.낮에는 진료하고 저녁에는 일상의 풍경과 사람들을 관찰하며 시를 썼다.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을 살아 있는 언어로 그림 그리듯 생생하게 그려냈다. 동시대 시인들과 달리 구어로 시를 썼는데 이런 이유로 평단의 냉대를 받았다. 말년에 뒤늦은 명성을 얻어 ‘20세기 최고의 미국적 시인’이란 평가를 받았다. 앨런 긴스버그 등의 ‘비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줬다.대표작으로 시와 산문이 뒤섞인 실험적 작품 <봄과 모든 것>, 그의 사후에 퓰리처상을 안겨준 <브뤼헐의 그림들과 다른 시들>, 평생 지역성에 천착한 그의 시 세계와 언어적 실험정신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서사시 <패터슨> 등이 있다. 그 시집이 최근 황유원 시인 번역으로 국내 출간됐다. 완역은 이번이 처음이다.임근호 기자
‘목소리 하나로 기적을 만든 사람.’테너 백석종(38)을 두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4년 전 바리톤에서 테너로 전향한 그는 음악가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에 이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MET)에 잇따라 주연으로 발탁되며 화제를 모았다.백석종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유명 무대에 서는 성악가여서가 아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재능이 반짝이는 영재도 아니었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도 않았다. 30대의 늦은 나이에 음역대가 다른 바리톤에서 테너로 길을 바꾸기까지 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그는 오직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실력을 쌓았고, 기회를 잡아 지금의 자리에 왔다. ‘개천에서 난 용’이 사라진 시대, 그의 스토리가 한층 특별한 이유다. 유럽 순회 연주 준비로 분주한 백석종을 이메일로 만났다. 그의 글에는 ‘믿음’ ‘꿈’ 같은 단어가 빈번히 등장했다.▷올해 초 뉴욕 MET에 테너로 데뷔했습니다. 현지 반응은 매우 뜨거웠고요. (MET로부터) 캐스팅을 제안받았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드디어 올 게 왔구나’ 생각했죠. 2022년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대타로 ‘삼손과 데릴라’ 무대에 서게 된 것도 운이 좋았는데, 그때 MET 캐스팅 디렉터가 영국 출장을 와서 제 무대를 보게 됐어요. 정말 운이 좋았죠. 특히 투란도트 칼라프 역은 제가 늘 꿈꿔오던 역할이에요. 세계 최고의 극장에서 제가 꿈꾸던 역할을 할 수 있다니…. 다른 말이 필요 있나요, 행복했죠.”그가 테너로 전향하게 된 건 학창 시절, 바리톤이 낼 수 없는 고음이 나기 시작하면서였다. 홀로 성부 전향을 고민했지만 모두가 ‘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