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 천국' 사이판

자연이 아름다운 사이판은 스노클링과 사이클링 등 다양한 레포츠의 본고장 중 하나로 꼽힌다.

사이판 본섬에서 10여 분만 나가면 투명한 맑은 물을 자랑하는 스노클링 천국이 있고, 전 세계 스쿠버다이버들이 가고 싶어 하는 다이빙 스폿도 있다.

또 그림 같은 풍경을 즐기며 달릴 수 있는, 때 묻지 않은 사이클링 코스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imazine]에메랄드빛 사이판 해변…해외여행이 돌아왔다 ②
◇ 한없이 맑은 물 마나가하섬
아름다운 열대 바다색을 표현할 때는 보석 에메랄드에 빗대어 '에메랄드빛'이라는 수식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

색 말고 투명도, 그러니까 물이 얼마나 맑은지 나타내는 척도의 하나가 시야(Visibility)이다.

특히 스쿠버 다이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인데, 시야가 좋을 때 쓰는 극상 표현이 있다.

'수정같이 맑다'(Crystal Clear)는 말이다.

사이판은 이 두 표현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바다를 지녔다.

바다색이 에메랄드빛인 데다 수정처럼 맑다.

특히 사이판 본섬 가라판에서 모터보트로 불과 15분만 달리면 이런 조건을 가진 해변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마나가하섬이다.

둘레가 1.5 km밖에 되지 않는 마나가하섬은 도보로 다녀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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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입도하지 않은 섬에 먼저 들어와 이곳저곳 거닐다 도요목 제비갈매깃과 중 하나인 '블랙노디' 한 마리를 만났다.

사람이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았고 발 언저리에서 서성거려 친근함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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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특히 매력적인 것은 바로 스노클링 장소 걸어서 입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변은 한동안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은 탓인지 키 작은 식물들이 해변을 뒤덮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벌써 자연이 복원된 듯한 느낌이다.

물속은 한없이 투명했고, 열대어들로 가득했다.

긴 주둥이로 유명한 '트럼펫 피시' 등 다양한 열대어가 눈에 띄었다.

가까운 해변에서 산호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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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한 투어 가이드는 많은 관광객이 찾으면서 훼손됐던 산호가 최근 많이 복구됐다고 했다.

어쩌면 팬데믹이 가져다준 순기능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놀이를 하다 보니 배가 고프다.

화장실과 샤워 시설은 갖추고 있지만, 매점이 운영되지 않아 각자 준비해온 도시락 등으로 요기하는 경우가 많다.

햇볕을 피할 공간도 있어 피크닉 온 기분을 낼 수 있다.

◇ 동굴 속 탐험 신기한 그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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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 본섬 남동해안에는 절벽이 깎여 만들어진 해식동굴, 그로토(Grotto)가 있다.

사이판 최고 다이빙 포인트인 이곳은 다이버들에게는 '세계 3대 동굴 다이빙 스폿'으로 알려졌다.

천연 다이빙 풀에서는 수영 초보자도 안전 장비를 착용하면 누구나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그로토 수중에서 보면 바다로 연결된 3개의 작은 수중 동굴에서 오묘한 푸른빛이 쏟아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실상은 깊은 절벽 길을 내려가야 하므로, 오가는 데 위험도 따르고 수심이 깊기 때문에 초보자나 개별 여행객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다이버들은 동아줄을 잡고 수중으로 내려갈 수 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커먼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면 세 줄기 빛이 바다 쪽에서 쏟아지는 장면이 다이버들을 매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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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클링 성지 중 하나
웬만큼 스노클링을 즐겼으면 이제는 사이클링을 즐길 시간이다.

사이판은 알고 보면 사이클링의 천국이다.

마리아나 제도의 대표적인 스포츠 행사인 '헬 오브 더 마리아나' 사이클 대회가 매년 열리기도 한다.

사이판의 해안도로와 자살절벽, 새섬, 만세 절벽 등 약 100㎞ 구간에서 펼쳐지는 이 대회에는 해마다 수많은 해외 동호인들이 찾는다.

자전거를 따로 가져가기 힘든 여행자들은 섬 중심지인 가라판의 사이판 바이크 프로에서 대여할 수 있다.

이번에 사이클링을 체험한 곳은 사이판 골프클럽 앞의 '루트 30' 도로다.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재미있게도 한국의 길상사(吉祥寺)와 같은 이름의 사이판 불교 사찰 길상사를 만나게 된다.

강제노역으로 끌려가 희생된 조선인들의 혼을 달래기 위해 한국의 한 스님이 지은 사찰이다.

이곳에는 불꽃 나무가 끝 간데없이 길게 늘어서 이국적 풍경을 보여준다.

길의 고저 차이가 높지 않아 바이크를 타기에 적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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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가량 페달을 굴리다 보면 머스탱 컨버터블을 타고 둘러본 해안가의 만세 절벽(Banzai Cliff)에 다다른다.

해안가 풍경을 충분히 만끽했다면 이제는 만세 절벽을 산 위에서 전망할 수 있는 산길 도로 '루트 320'을 타보는 것도 좋다.

약간 숙련된 바이커라면 자살절벽(Suicide Cliff) 조망대까지 업힐로 갈 수 있는 코스다.

2.5㎞가량 되는 이 길은 숨이 깔딱거리는 속칭 '깔딱고개'가 서너 곳 있어 강인한 체력이 요구된다.

업힐에 자신이 없다면 자살절벽 위 전망대까지 자전거를 싣고 간 뒤 다운힐로 내려오는 방법도 있다.

이곳에서는 저 멀리 해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므로 라이딩이 더없이 상쾌하다.

풍경에 취해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자살절벽 위 전망대에 도달하고 나면 파노라마라는 단어는 바로 이곳에서 쓰이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완벽한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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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국용 코로나 검사 '무료'
귀국을 하루 앞두고 투어 가이드가 급히 서둘러 진료소로 가자고 한다.

그는 많이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검사소를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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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한 가이드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켄싱턴호텔에서 검사를 기다리면 자칫하면 오전 반나절이 날아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기다렸더니 한국과 마찬가지로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한다.

한국과는 다르게 약간 덜 아프게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행히 코로나 검사는 북마리아나 연방정부가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어서 여행 경비를 아낄 수 있다.

유럽 등 다른 나라는 코로나 검사비만 인당 최소 10만 원 안팎인 곳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척 감사한 일이다.

다행히 음성 통보를 받고 이틀 후 무사히 귀국길에 오를 수 있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2년 8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