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소프라노 황수미가 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부를 멘델스존과 코른골트 가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소프라노 황수미가 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부를 멘델스존과 코른골트 가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멘델스존과 코른골트 가곡만으로 짠 리사이틀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음악적인 결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을 한 무대에 올리는 게 말처럼 쉽지 않거든요. 관객뿐 아니라 저 자신에게도 자주 접할 수 없는 음악을 부르는 특별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부른 ‘올림픽 찬가’로 세계인의 귀를 사로잡은 ‘평창의 디바’ 소프라노 황수미(36)가 오는 21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이색적인 레퍼토리로 가곡 리사이틀을 연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가곡 반주의 왕’으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77)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수미는 “멘델스존과 코른골트는 슈베르트나 슈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만큼 가곡 무대에 자주 오르지는 않는다”며 “두 작곡가의 노래를 공식 연주회에서 부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3년 만에 리사이틀 여는 ‘평창의 디바’
펠릭스 멘델스존.
펠릭스 멘델스존.
이번 리사이틀은 ‘세기의 천재’로 불린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과 에리히 코른골트(1897~1957)의 음악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롯데문화재단의 여름음악축제 ‘2022 클래식 레볼루션’(12~21일)의 대미를 장식하는 공연이다.

“공연 의뢰를 받고 특이한 조합이란 생각부터 들었어요. 둘 다 이름난 신동에 독일어권 작곡가란 공통점은 있지만 음악적인 색깔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도이치 선생님도 ‘그 둘을 왜 묶지? 중간에 다른 작곡가 작품 넣으면 안 돼?’라고 하시더라고요.”

황수미는 “멘델스존은 대학원 시절 불러봤지만 코른골트는 거의 공부해 본 적이 없다”며 ”도전적인 과제이지만 이번 기회에 두 작곡가의 작품을 제대로 불러보고 싶었다”고 했다. 선곡과 프로그래밍은 황수미의 멘토이자 가곡 스승인 도이치의 도움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도이치는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 디아나 담라우,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요나스 카우프만 등 세계 최정상급 성악가들의 반주를 전담해왔다. 황수미와 도이치는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인연을 맺었다. 도이치는 자신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콩쿠르에서 황수미가 우승하자 “반주자가 필요하면 함께하겠다”고 제안했다. 이후 두 사람은 유럽과 미국, 한국 등에서 듀오 리사이틀을 열었고, 2019년 도이체그라모폰 레이블로 가곡집 ‘송스’를 내기도 했다.

“선생님은 멘델스존은 물론 코른골트에도 정통하세요. 오스트리아 빈에서 매년 도이치 이름을 딴 가곡 콩쿠르가 열리는데 경연 지정곡 중 하나가 코른골트 가곡이거든요. 선생님이 추천해준 작품 가운데 제 스타일에 어울리고 잘 부를 수 있는 곡들을 골랐습니다.”
천재들의 상반된 매력 전달에 초점
에리히 코른골트.
에리히 코른골트.
황수미는 이번 공연 1부에서 ‘방랑의 노래’ ‘노래의 날개 위에’ 등 멘델스존 가곡 12곡, 2부에서 ‘설강화’ ‘어릿광대의 노래’ 등 코른골트 가곡 13곡을 부른다. 멘델스존 작품은 대부분 정갈하고 단순한 선율이 흐르는 고전적인 형식의 유절가곡(시적 가사의 각 절을 같은 멜로디로 반복하는 형식의 가곡)이다. 반면 코른골트 작품은 다이내믹(셈여림)과 박자, 리듬의 변화 폭이 큰 후기 낭만주의 스타일이다. 황수미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두 작곡가의 가곡에 흠뻑 빠졌다고 했다.

“숨은 보석 같은 노래들입니다. 멘델스존 가곡은 절마다 바뀌는 시적 가사를 섬세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코른골트 작품은 화성이 까다롭고 조성이 과감하게 변하는 선율을 영화 사운드트랙(OST)처럼 편안하게 들을 수 있도록 불러야죠. 두 작곡가의 상반된 매력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맑고 고운 음색의 리릭 소프라노인 황수미는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뚫고 나가는 힘 있는 소리가 장점이다. 서울대 음대에서 대학원까지 마치고 독일로 건너가 유럽의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했다. 2021~2022 시즌에도 독일 비스바덴 극장에서 ‘마술피리’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이도메네오’ ‘코지 판 투테’ 등 모차르트 오페라 다섯 편의 주역을 맡았다. 하지만 국내 오페라 무대에선 황수미의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국내 출연작은 2018년 대구 오페라하우스의 푸치니 ‘라 보엠’ 한 편뿐이다.

“국내 오페라 캐스팅 제안은 여러 번 받았지만 연습 기간만 두세 달이 걸려 스케줄을 맞출 수 없었어요. 지난해 9월 출연하기로 한 서울시오페라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코로나19로 취소돼 너무나 아쉬웠고요. 조만간 베르디나 모차르트의 오페라 전막 무대에서 국내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송태형/조동균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