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운반책이 된 가장 이야기…한국과 유럽 장르물의 특징 조합
'모범가족' 감독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선이 작품의 매력"
"한국과 유럽 장르물 각각의 장점을 같이 담아보고 싶었어요.

특히 유럽 장르물처럼 서브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서 디테일을 살리려고 했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모범 가족'이 지난 12일 베일을 벗었다.

충동적으로 마약 조직의 돈을 빼돌린 한 집안 가장이 덜미를 잡혀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당하는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김진우 감독은 16일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주인공과 빌런(악당)의 대립을 긴박하게 몰아붙이는 한국 장르물의 장점을 살리면서 유럽 장르극처럼 다양한 캐릭터들의 저변을 보여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범가족'은 위협과 마주한 가장 동하(정우 분)의 불안과 공포 외에도 평생을 충성한 조직에서 내쳐진 마약 조직 2인자 광철(박희순)의 허망함, 욕심 때문에 동료를 죽음으로 몰아간 강주현(박지연)의 죄책감 등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는 "인물들의 내면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지만 자칫 작품이 지루하고 늘어진다는 평을 받을 것 같았다"고 털어놓으며 이를 보완하고자 연출적인 부분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모범가족' 감독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선이 작품의 매력"
'모범가족'에서는 노을이 붉게 물드는 해 질 녘,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동틀 녘 등 특정한 시간대에 중요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김 감독은 "리허설을 하고 2∼3번 정도의 테이크면 끝나는 짧은 순간이지만 그런 시간대를 고집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특정한 시간대가 주는 느낌을 살려내 캐릭터들의 대사로 전해지지 않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작품 곳곳에 숨겨진 블랙 코미디도 보는 재미를 높인다.

전국에 마약을 유통하는 용수조직의 사무실에는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자'라는 표어가 걸려있는데 김 감독은 수많은 후보 중 다수결로 선택된 문구라고 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끼치는 해악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조폭이 이런 표어를 달아놓고 있다는 게 어처구니없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래 '모범가족'은 블랙 코미디 성격이 강한, 조그만 동네에서 벌어지는 소동극으로 기획됐다고 한다.

김 감독은 "다양한 시청 층이 보는 넷플릭스의 특징을 고려해 코미디 요소는 최대한 빼고 서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작품에 변화를 줬다"고 뒷얘기를 소개했다.

그는 "전혀 모범적이지 않은 이 가족이 여러 어려움을 맞닥뜨리는데 '어떻게' 난관을 헤쳐나가는지에 집중하기보다 '왜' 그런 상황을 맞게 되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왜 동하네 가족은 저렇게 소원해졌을까, 왜 동하의 아내 은주는 남편에게 의지하지 못할까, 광철은 왜 조직에서 삶의 위로를 얻고 싶었던 걸까.

시청자들이 이런 질문을 통해 여러 인물의 서사가 주는 삶의 현실적 의미를 돌이켜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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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