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미술품 거래시장은 폭풍전야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아트페어(프리즈)의 개막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다. ‘단군 이래 최대 미술축제’로 불리는 이번 행사에는 미국 가고시안 등 국내 아트페어에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최정상급 화랑들이 세계 미술시장을 선도하는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컬렉터들은 “KIAF-프리즈 아트페어서 좋은 작품을 건지려면 ‘실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며 잔뜩 움츠러들었다. 여러 악재와 맞닥뜨린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이달 하순 경매를 앞두고 표정이 밝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리즈'에 쏠린 컬렉터…힘 빠지는 국내옥션
고가 작품으로 ‘맞불’ 전략 구사
서울옥션은 오는 23일 ‘제168회 미술품 경매’에 102점을, 케이옥션은 이튿날 ‘8월 경매’에 101점을 내놓는다. 국내 미술품 거래시장을 양분하는 두 회사 모두 지난해 8월에 비해 경매 규모를 줄였다. 경매 전 발표하는 추정가 총액이 서울옥션은 1년 전 173억원에서 125억원으로, 케이옥션은 97억원에서 61억원으로 감소했다. 미술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호황을 누리던 두 회사가 출품작 규모를 전년 대비 30% 정도나 줄인 것은 KIAF-프리즈를 의식했다고 밖에 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경매회사들은 KIAF-프리즈가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뚜껑을 열어보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기대하는 눈치다. 경매회사 관계자는 “작년보다 규모는 줄였지만 KIAF-프리즈 출품작들에 지지 않을 작품을 골라 내놨다”고 말했다. 케이옥션에서는 유영국의 ‘Work’(1989)가 추정가 3억2000만~5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소박하지만 나무와 산 등 유영국 작품의 여러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1990)는 4억8000만~7억원에, 이배의 ‘표현의 풍경’은 5억~8억원에 나왔다. 이 밖에 김환기 이우환 이건용 등 거장들이 캔버스 대신 종이에 그린 수천만원대 작품들도 나왔다.

서울옥션 경매의 ‘간판 작품’은 구사마 야요이가 2004년 그린 붉은색 ‘호박’(19억~30억원)과 이우환이 2016년 그린 300호 크기 대작 ‘Dialogue’(15억~20억원)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화랑 페로탕에서 전시했던 박서보의 노란빛 ‘묘법’ 작품(4억~6억5000만원), 쿠바계 미국인 작가 헤르난 바스의 3억~5억원짜리 작품도 주목받고 있다.
줄 잇는 미술시장 하락장 예측
'프리즈'에 쏠린 컬렉터…힘 빠지는 국내옥션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그렇지 않아도 고민이 많다. 미술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진단이 늘어나면서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최근 발간한 ‘상반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에서 하락장을 예측했다. 센터는 단색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거장 ‘물방울 화가’ 김창열(1929~2021)의 낙찰총액·낙찰률 하락을 근거로 들었다. 경매시장은 지난해 김창열이 타계하자 그의 작품들이 크게 주목받으며 달아올랐다. 하지만 김창열 작품의 국내 경매 낙찰 총액과 낙찰률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낙찰률은 지난해 1분기 90%대 후반, 낙찰총액은 지난해 2분기 60억원을 넘겼으나 올해 2분기에는 각각 80%대 초반, 10억원대로 떨어졌다.

해외에서도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영국의 미술시장 분석기관인 아트택틱이 지난달 한 설문조사에서 글로벌 컬렉터들의 40%가 “앞으로 신진 작가의 작품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쟁도 치열해진다. 세계적인 경매회사들이 서울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1990년 한국에 상륙했다가 10여년 만에 철수했던 소더비는 하반기 안에 서울사무소를 다시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티코리아는 다음달 초 거장 프랜시스 베이컨과 아드리안 게니의 작품 16점을 선보이는 기획전을 연다. 크리스티의 주요 경영진도 서울을 찾기로 했다. 2017년부터 서울 한남동에서 사무소를 운영해온 필립스옥션은 다음달 진출 이후 처음으로 기획전을 연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경매회사들의 한국에 대한 시각이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옥션들이 타개책을 마련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